세브란스-한겨레 시민건강강좌
⑨아동 치아관리
젖니는 영구치의 길라잡이…우유병 물려 재우지 말고
손가락 빠는 버릇 고쳐줘야…불소 발라주면 충치예방 도움
아동기에 치아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생 치아 건강이 좌우된다.
치아 관리의 기본은 치아 손상을 막으면서 치열을 말굽형의 유(U)자 모양으로 평형 상태를 유지해주는 데 있다. 치아를 젖니(유치) 때부터 잘 관리함으로써, 평생 사용하는 영구치들이 위·아래쪽 모두 고르게 배열되어 말굽형을 유지한 채 잘 맞물리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아기 때 손가락을 잘 빠는 습관을 방치하면 윗니가 앞으로 튀어나오거나, 뺨 근육의 수축으로 인해 치열이 브이(V)자 형으로 변형 되는 등 치아 평형이 깨져 치아건강이 훼손될 수도 있다.
치열의 평형상태를 깨는 주요 요인들 중에는 충치(치아 우식증), 덧니(부정교합), 잇몸 질환 등이 있다.
치아 관리에 가장 중요한 시기는 만 6살부터 12살까지 젖니와 영구치가 혼재하는 혼합치열기이다. 이 때 치아 관리를 소홀히 해 충치 발생과 부정교합 등을 방치하면 자녀의 신체적, 정서적 발달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아이들은 만 6살부터 구강 뒤쪽에서 영구치인 ‘어금니’가 새로 나오고 앞쪽에선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 ‘앞니’가 나기 시작한다.
이 때 젖니는 영구치의 길라잡이 역할을 수행한다. 영구치는 젖니의 뿌리 밑에 자리잡고 있다가 젖니의 뿌리를 녹이면서 젖니를 밀고 올라와 젖니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채우기 때문이다. 젖니가 제 위치를 이탈해 있거나, 충치에 의해 젖니 뿌리가 손상되면 영구치가 제대로 자랄 수 없는 것이다.
예전에는 많은 수의 어린이들이 한 두개의 충치를 다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건강한 치아를 가진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동이 확연히 대비되고 있다.
즉 열 명 가운데 여덟 아동은 비교적 충치도 거의 없고 건강한 구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나머지 아동들은 십여개 이상의 치아에 심한 충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자녀의 치아건강은 결국 부모의 관심에서 결정된다고 볼 때 충치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단 음식을 즐기는 등 잘못된 식습관의 교정 미흡 및 무관심이 치아건강의 저하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혼합치열기에는 다수의 치아에 충치가 빠르게 생겨 광범위하게 퍼지는 다발성 치아우식증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는 치아 수복과 예방의 측면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이다.
생후 6개월부터 만 5살까지 유치열기에는 ‘우유병 치아우식증’에 대한 주의와 기본적인 치아관리 교육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 요구된다. 이 우식증의 경우 밑쪽 앞니는 썩지 않는 게 특징이다. 이유는 우유병 꼭지가 혀에 닿아 있어 아랫니를 보호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젖병을 물려서 재우지 않도록 하고, 먹고 난 뒤에도 깨끗한 가제나 수건에 물을 묻혀 사용하거나 유아용 칫솔로 이를 닦아주면 우유병 우식증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이를 달래려고 젖병을 물리는 경우에도 보리차 등이 든 젖병이나 고무 젖꼭지를 대신 물리도록 한다.
젖니에 충치가 생기면 조기에 아말감이나 레진 등의 보존적 치료를 통해 자연스럽게 영구치로 대체되도록 한다. 충치 예방 차원에서 치과를 찾아 불소를 치아에 정기적으로 발라주거나 음식물 등이 쉽게 고이고 낄 수 있는 어금니 등의 홈을 미리 메워주는 것(실란트)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최병재 치과대학병원 소아치과 교수
bjchoi@yumc.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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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떠는 아이, 치과 데려가기 힘드시죠?
“치과 치료는 이미 집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최병재 교수는 치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아이가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무조건 치과에 데리고 오기만 하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마음의 준비 없이 온 아이들은 진료가 시작됨과 동시에 두려움과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해 다양한 부적응 현상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아이와 함께 처음 치과를 방문할 때 아이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부모가 해야 할 일을 여섯 가지로 요약해 제시했다.
우선, 치과 진료에 대해 ‘형이 되려면’ ‘언니가 되려면’ 등등의 말로 성장의 한 부분임을 설명해야 한다.
둘째, 치과 가는 당일 알리는 게 좋은데, 이는 며칠 전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자칫 불안감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다. 치과 의사 선생님이 아이의 치아가 건강한 지를 보시고 깨끗하게 닦아준다고만 설명한다. 이때 ‘주사’, ‘찌른다’, ‘아프다’, ‘뾰족한’ 등의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넷째, 위협하지 마라. 마치 지나간 잘못된 행동에 대한 벌을 받는 것처럼 위협하면 안 된다.
다섯째, 대가를 주지 마라. 위협이 안 되니까 용돈이나 장난감 등으로 달래 치과를 데려가는 것은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한다.
여섯째, 칭찬하라. 힘든 진료를 이겨내 만큼 칭찬을 아끼지 말고 다음 치과 방문시 용감한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하라.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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