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죽어가는 시신경증’으로 불리는 녹내장은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시력을 잃을 수 있다. 사진은 안과 의사가 눈의 건강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안압을 재고 있는 모습.
세브란스-한겨레 시민건강강좌 ⑩녹내장과 백내장 녹내장과 백내장은 이름이 비슷하여 간혹 같은 병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전혀 다른 질환이다. 백내장은 눈 속의 수정체가 흐려지는 질환으로 수술로 수정체를 교체하면 다시 잘 볼 수 있는 병이다. 그러나 녹내장은 눈과 뇌를 연결해서 눈에 맺힌 물체의 모양을 뇌로 전달해주는 시신경이 죽어가는 질환이기 때문에 다시 원상 회복이 불가능하다. 당뇨·고혈압등 위험인자…40대 부턴 검사 받아야
안압 낮추고 혈액공급 치료, 말기라도 포기 말아야
백내장은 수정체 노화 질환…인공체 수술 일반화 수정체는 지름이 1㎝도 안되는 원판 모양의 수정과 같이 맑은 조직으로 얇아졌다가 두꺼워졌다가 하면서 먼 곳과 가까운 곳의 물체를 똑똑하게 보이게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 신경과 혈관이 없기 때문에 수정체가 흐려지는 백내장이 생겨도 눈에 충혈이 없고 아프지도 않으며 사물이 흐리게 보일 뿐이다. 백내장은 노화로 인해 생긴다. 수정체가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투명도를 잃어가는 것이다. 늙어가는 속도가 사람에 따라 다르듯 백내장이 생기는 시기도 다르지만 70~80살이 되면 90% 이상에서 백내장이 생긴다. 백내장은 보통 수술로 치료한다. 예전에는 백내장 수술을 개안수술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일종의 성형수술 개념으로 바뀌었다. 백내장 수술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가장 많이 호소하는 불만은 원하는 만큼 안 보인다는 것이다. 뿌옇게 변한 수정체를 제거하고 눈 속에 대신 넣은 인공수정체의 도수가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누진다초점 렌즈처럼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다 볼 수 있는 ‘조절가능 인공수정체’가 개발되어 전세계적으로 시술되고 있으나 이 역시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 환자 수가 25% 가량 된다. 녹내장은 중증으로 진행되면 동공 안쪽이 녹색으로 보인다는 사실에서 질환명이 유래했는데, 인종에 따라 발병 양상의 차이가 크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상안압 녹내장, 급성녹내장, 만성녹내장 순으로 많이 걸리지만 서양사람들은 만성녹내장이 단연 많다. 녹내장의 원인은 예전에는 안압이 높아져서 생기는 것으로 정의되었지만, 안압이 정상이어도 녹내장이 발생하고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의 장애로도 시신경이 죽어간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근에는 ‘서서히 죽어가는 시신경증’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른 눈병을 앓고 난 뒤에 생기는 이차성 녹내장을 제외하고는 녹내장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녹내장의 위험인자들로는 가족력,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전신질환, 고도근시, 비만 등을 꼽을 수 있다. 갓 태어난 아이가 녹내장일 수도 있지만 발생률은 0.01%로 극히 낮다. 40대에서는 1%, 70대에서는 11%가 된다. 그러므로 가족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40대가 되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은 적어도 35살부터 매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녹내장 치료는 안압을 적절히 낮추고 시신경으로 가는 혈액량을 원활하게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한 치료이며, 이외에 시신경을 보호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안압은 우선 안약으로 낮추되, 안약으로도 충분히 낮춰지지 않으면 레이저로, 그 다음엔 수술로 낮추는 방법이 있다. 녹내장 환자가 실명에 이르는 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늦게 발견하게 된 것과 나머지 하나는 약 사용에 철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영재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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