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카이야치 이쿠요시(58) 홋카이도대 교수
일본 ‘베델의 집’ 설립자
무카이야치 교수
하자작업장 학교 초청받아 방한
“베델선 서로의 장애 이해하며
경쟁 않고 행복한 삶 보여줘요”
무카이야치 교수
하자작업장 학교 초청받아 방한
“베델선 서로의 장애 이해하며
경쟁 않고 행복한 삶 보여줘요”
일본 홋카이도에는 인구 1만6천명이 사는 우라카와가 있다. 이 소도시의 정신장애인 공동체 ‘베델의 집’은 약한 자들의 연대로 이룬 성취로 일본 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도시형 대안학교인 하자작업장학교와 격월간 <오늘의 교육> 초청으로 베델의 집 설립자 무카이야치 이쿠요시(58·사진) 홋카이도대 교수(간호의료학)가 방한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인터뷰에서 “정신장애인을 치료·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속도의 대열에서 이탈한 사람들의 자유로운 삶으로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인 무카이야치가 정신장애인들과 함께한 것은 1978년. 7년 동안 통합실조증(정신분열증·조현병)으로 입원했다 갓 퇴원한 사사키 미노루(현 베델의 집 이사장)와 환자 커뮤니티를 조직하면서부터다. 통합실조증은 환청·망상 등이 나타나는 심한 정신질환이다. 무카이야치는 환자들과 함께 83년 지역특산물인 다시마를 말려 포장해 파는 사업으로 자활공동체를 꾸렸고, 이는 공동체 ‘베델의 집’과 유한회사 ‘복지숍 베델’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그는 “현재 정신장애인 80명이 연간 매출액 7천만엔(약 7억9천만원)을 올리는 어엿한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델 사람들은 애써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다. ‘망해도 괜찮은 다시마’ 등의 제품명처럼 이들은 ‘다시마도 팔지만 병도 판다’ ‘마음 놓고 땡땡이 칠 수 있는 회사 만들기’ 등의 표어 아래 느리게 놀면서 일한다. 자신의 장애를 떳떳이 말하고 스스로 다뤄나간다는 취지에서 서로를 ‘당사자’라고 부른다.
‘세끼 밥보다 회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베델의 집에선 매일 열리는 ‘아침회의’가 중요하다. “매일 아침 당사자들이 자신에게 어떤 병이 있는지 오늘 기분이 어떤지 말합니다. 마음의 병은 밖에서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오해와 싸움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베델의 집에는 피곤하면 귀신을 보는 당사자도 살고, 투명인간과 함께 산다고 생각하는 당사자도 살고, 불현듯 아무에게나 ‘너 나가!’라고 소리치는 당사자도 있다. 아침회의를 통해 이를 주지시키면 서로를 이해하고 갈등이 방지된다.
무카이야치는 “사회에서는 정신장애인을 배제시키지만, 베델에서는 함께 사는 법을 배운다”고 설명했다. 매주 한 차례 열리는 ‘당사자 연구’는 환자 스스로 정신장애를 연구하는 시간이다. 이를테면 환청을 들은 당사자가 ‘환청님, 이제 돌아가세요’라고 말했더니, 환청이 사라지더라는 등의 경험을 나눈다.
무카이야치는 첫날 경기도 김포의 장애인시설을 둘러보고, 1일엔 서울 영등포동 하자센터에서 열린 ‘약함으로부터의 연대’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베델의 집을 소개했다. 그는 “베델의 집 당사자들은 경쟁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착하고 마땅한 삶의 방법을 우리에게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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