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환자 진료횟수 갈수록 줄여
병원 “응급·중증환자에 집중키로”
병원 “응급·중증환자에 집중키로”
임아무개(16) 학생은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받아온 재활치료를 중단해야 할 처지다. 그는 2012년 3월14일 급정거한 버스에서 넘어져 머리를 부딪힌 뒤 이 병원에서 뇌 수술을 받았다. 오른쪽 손과 발이 마비됐으며 말도 못 했고 걷는 법도 잊었지만 일주일에 3번씩 삼성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으며 상태가 나아졌다. 그러나 담당 의사는 13일 “앞으로 재활치료 횟수를 줄여야 한다”고 통보했다.
어머니 정은진(48)씨는 발만 구르는 상황이다. “재활치료의 경우 병원 쪽에서 수익이 되지 않아 그런 것 같다. 동네병원은 삼성서울병원만큼 재활치료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지 않고, 다른 대형병원은 몸이 아픈 아이를 데리고 가기에 너무 멀다.”
정씨 같은 보호자와 환자 30여명은 이날 낮 삼성서울병원 로비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돈벌이에 집착한 병원, 국내 1등 병원이냐’ ‘재활환자 쫓아내니 갈 곳 없는 외래환자’ 등의 손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2~10년 전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아왔지만 삼성병원은 지난 2월 말부터 외래환자들의 재활치료 횟수를 줄이고 있다. 물리치료사 66명 중 16명이 지난달 28일 이 병원을 나가기도 했다. 14명은 인턴으로 일했고 2명은 계약이 만료됐다. 삼성병원 쪽은 환자들에게 “물리치료사들을 새로 충원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환자들과 삼성병원의 말을 종합하면, 양쪽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6일 두차례 만났다. 환자 쪽은 병원에 “물리치료사 수를 유지하고 재활치료를 계속 받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삼성병원은 “물리치료사 고용은 경영상의 문제다. 재활치료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협의하자”고 답했다. 하지만 삼성병원은 일주일에 3번 치료를 받는 환자는 2번으로, 2번 치료를 받는 환자는 1번으로 점차 줄이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일을 하다 2009년 뇌졸중을 얻은 김인수(가명·44)씨는 “원래 일주일에 5번씩 재활치료를 받다가 주 3회로 줄었다. 더 줄이라면 따를 수밖에 없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삼성서울병원에서 만성환자로 재활치료를 받는 이는 200여명이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2012년부터 응급환자·중증환자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간단한 재활이 필요한 만성환자들은 다른 병원에서도 충분히 치료를 받을 수 있어서 줄이려는 방향이다. 보건복지부도 2월 대학병원의 경우 경증·만성질환 외래환자 비율을 17% 이하로 유지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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