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초기단계의 뇌 구조. 한겨레자료사진
60살이 넘으면서 갑자기 수면 중 소리를 지르거나 벽을 치는 등 ‘잠버릇’이 험해졌다면 파킨슨병이나 치매의 전조증상일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장애클리닉 윤인영 교수팀은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60대 이상 노인 348명을 대상으로 야간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해 이런 연구 결과를 얻었다”고 19일 밝혔다.
검사·연구결과, 대상자 가운데 7명이 ‘렘수면 행동장애(RBD: REM sleep behavior disorder)’로 나타났다. 이 중 4명은 순수한 일차성 렘수면 행동장애였지만, 3명은 파킨슨병에 병발된 렘수면 행동장애로 분석됐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자다가 소리를 지르거나 , 팔을 휘두르고 다리를 차는 등의 격렬한 행동적 증상을 보이면서 본인 스스로는 잠에서 깨어난 뒤 ‘쫓기거나 싸우는 꿈을 꿨다’고 기억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교수팀은 설명했다.
또 신체적 행동 등은 보이지 않았지만 렘수면 동안 근긴장도가 증가하는 증상을 보인 ‘무증상 렘수면 행동장애(subclinical RBD)’ 진단도 18명(4.95%)에 달했다. 잠재적으로 렘수면 행동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렘수면 행동장애가 파킨슨병이나 루이소체 치매 등 뇌의 퇴행성 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이처럼 국내에서 렘수면 행동장애의 유병률이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병원 쪽은 전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인구의 렘수면 행동장애 유병률은 2.01%로, 이제까지 외국에서 보고된 유병률인 0.38~0.5%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수면 중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스스로 자각하기 쉽지 않다. 렘수면 행동장애로 진단을 받았다면 파킨슨병이나 치매 등 뇌 퇴행성 질환의 예방차원에서 정밀한 신경학적 평가가 주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수면 연구에서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슬립(Sleep)> 최신호에 실렸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