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등 문서·말로 설명 구체화
흰 가운 의무 착용 조항 삭제
흰 가운 의무 착용 조항 삭제
“약국 규모가 대부분 작잖아요. 직원을 따로 둘 형편이 못 돼 약사 혼자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이런 곳에서는 식사 시간에 약국 문을 닫고 어디 식당을 찾아갈 수도 없습니다. 잠시 약국 카운터를 떠나 안쪽에 마련된 별도의 방에서 대충 한끼 때우곤 하는데, 흰색 가운이 가당키나 합니까. 김칫국물이라도 튈까봐 잠시 벗어놓고 먹곤 하지요. 그럴 때 손님이 찾아와 급히 약을 찾으면 흰색 가운을 미처 챙겨입지 못하고 나오는데, 그럴 때 딱 걸리면 법 위반이었던 겁니다.”
최헌수 대한약사회 홍보팀장이 밝힌 ‘흰색 가운’의 비애다. 수십년째 약사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온 흰색 가운이 앞으로는 약국에서 많이 사라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16일 약사 및 한약사의 위생복 착용 의무 조항 삭제 및 복약지도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약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17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름표를 포함한 위생복 착용 의무 조항은 의료계 등 유사 직능에는 없는 과도한 규제로, 앞으로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업계의 자율 준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약사회 등 약사 관련 단체에서는 위생복과 명찰 패용 규정이 없는 의사 및 간호사와 형평성을 근거로 위생복 착용 의무화에 반발해왔다. 약사의 위생복 착용 의무 조항은 1976년 11월 약사법 개정과 함께 처음 생겼다. 위생복의 색깔과 형태까지 법으로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위생복=흰색 가운’으로 받아들여왔다.
또 약사가 환자나 환자 보호자에게 약을 건넬 때에는 해당 약의 효과나 부작용, 다른 약과 상호작용, 복용 방법 등을 ‘환자가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설명해야 하는 ‘복약지도’도 강화된다.
이고운 복지부 약무정책과 사무관은 “복약지도는 지금까지도 의무적으로 이뤄져왔으나 이번 약사법 개정과 함께 복약지도 대상에 환자 보호자를 추가했고, 복약지도의 방식도 구두 또는 복약지도서를 통해 이뤄지도록 좀더 구체화 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약사가 말이나 서면으로 복약지도를 충분히 하지 않아 적발되면 3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복약지도 내용에는 의약품의 이름은 물론, 용법·용량, 효능·효과, 부작용 및 상호작용, 저장 방법 등 약의 복용과 관련해 환자가 꼭 알아야 할 모든 정보가 포함된다. 현행 약사법에는 이 부분과 관련해 “환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하여야 한다”고만 나와있다. 벌금·과태료 규정은 없다.
약국이 아닌데 약국 또는 이와 비슷한 이름을 썼을 때 해당 사업자에게 30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게 한 것도 이번 약사법 개정안의 특징이다. 실제 최근 서울 서교동 홍익대 앞에서는 ‘○○○클럽 약국'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영업해온 술집이 적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복지부는 다음달 27일까지 바뀐 시행령 등과 관련한 각계 여론을 수렴한 뒤 이르면 6월부터 이를 시행할 계획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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