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복지부 장관
정부입법 추진…재원, 금연정책 지원
흡연자 단체 “세수 메우려는 꼼수”
흡연자 단체 “세수 메우려는 꼼수”
보건복지부가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담뱃값을 4500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2500원짜리 ‘에쎄 라이트’(KT&G) 담배를 기준으로, 이르면 올해 안에 2000원 이상 담뱃값이 오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등 흡연자 단체는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고 애먼 담뱃값에 손을 대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문형표(사진) 복지부 장관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한국의 담뱃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꾸준히 늘고 있는 청소년 흡연율 등을 떨어뜨리려면 담뱃값을 최소한 4500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그동안 흡연에 따른 여러 폐해를 막으려면 담뱃세를 올려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왔다. 정부가 담뱃값의 62% 수준인 담뱃세(담배소비세·국민건강증진부담금·지방교육세·부가가치세 등)를 높이면, 담뱃값도 자연스레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문 장관은 담뱃값 인상폭과 관련해 “복지부 의견은 최소한 2000원은 올려야 한다는 것인데, 장기적으로는 담뱃값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인 7000원 수준까지는 올라야 금연효과가 나타나리라 생각한다”며 “담뱃값 인상으로 재원이 생기면 이를 다시 금연클리닉 마련 등 금연정책에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이날 담뱃값을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올릴지와 관련한 복지부 차원의 밑그림도 내비쳤다. 그는 “(담뱃값 인상과 관련해) 건강증진법 개정안 등 여러 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는데, 복지부가 주도하는 정부입법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며 “흡연율로 인한 문제가 심각한 만큼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에 (담뱃값 인상 관련 법안) 처리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와 담뱃값 인상에 관한 의견 조율이 있었냐는 질문에 “담뱃세 가운데 건강증진부담금은 우리 부처 소관인 만큼, 다른 부처와는 앞으로 계속 논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비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기획관리부장은 “정부의 담뱃세 및 담뱃값 인상 정책은 흡연자의 호주머니를 털어 8조원 넘게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는 꼼수일 뿐”이라며 “정부가 담배의 제조 및 판매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처도 취하지 않으며 담뱃값을 올려 국민건강증진을 꾀한다면 어느 국민이 이를 받아들이겠냐”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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