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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해로운 거 맞지만 연초보단 훨씬 나아

등록 2014-10-03 20:14수정 2014-10-04 19:06

전자담배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30억달러(3조1635억원) 정도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크게 확산되는 추세다. 일부 전자담배 회사들이 선전하는 것처럼 전혀 무해하지는 않지만 일반 담배에 비해서는 독성이 현저하게 약하다.
위치이시가렛 제공
전자담배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30억달러(3조1635억원) 정도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크게 확산되는 추세다. 일부 전자담배 회사들이 선전하는 것처럼 전혀 무해하지는 않지만 일반 담배에 비해서는 독성이 현저하게 약하다. 위치이시가렛 제공
[토요판] 뉴스분석, 왜? / 전자담배 뒤벼보기
▶ 전자담배를 피운 지 1년쯤 되어 갑니다. ‘그냥 끊어’ ‘차라리 담배를 피워’ 등 그동안 무수히 많은 타박을 들었지만 최근 들어 호의적인 반응과 질문이 늘어갑니다. 담뱃값 인상이 가장 큰 이유인 듯합니다. 이런저런 질문에 대답하다 보니 막연히 진짜 담배보다는 좋겠지 하던 전자담배의 실체가 어떤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뒤벼’보았습니다.

입과 손가락에 찌든 니코틴 냄새도, 아침마다 탁하게 가래가 끓어오르는 목도, 술 먹고 난 다음날 특히 심해지는 답답한 가슴도, 찬바람 부는 바깥으로 나가 눈칫밥 먹으며 담배를 피워야 하는 것도 싫었다. 담배를 끊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하루에 몇번이나 계속됐다. 보건소 금연상담실에서 얻어온 패치를 붙이고 다시마를 씹어봤지만 몇번이나 실패했다. 그러다가 한 커뮤니티에서 글을 봤다. 전자담배로 바꾸고 광명을 되찾았다는 내용의 글. 전자담배를 구입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불꽃검색’에 나섰다.

사실 전자담배에는 안 좋은 기억이 있다. 2009년께 전자담배로 금연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 전자담배는 매우 불편했고 담배를 완전히 대체할 수도 없었다. 카트리지라고 불리는 부품에 들어 있는 솜에 전자담배 용액을 적셔서 피우는 방식이었는데 용액을 좀 많이 넣으면 꾸루룩 소리와 함께 용액째 입으로 빨렸고, 조금만 넣으면 몇번 빨지도 않고 탄맛이 올라왔다. 전자담배 용액을 마시면 입이 엄청 아리고 역하다. 농축 니코틴 때문이다. 술자리에서는 더 고역이었다. 여러차례 카트리지에 용액을 조심해서 떨어뜨리고 있으면 주변에서 “야, 그냥 담배를 피우든지 끊든지 해!”라는 소리를 지르기 일쑤였다. 두세달 사용하다가 서랍 구석에 처박아 놓았다.

하지만 검색을 해보니 몇년 지난 새에 전자담배는 엄청나게 발전해 있었다. 우선 전자담배 용액을 기화시키는 부분이 매우 편해졌다. 용액 충전도 예전처럼 자주 하지 않아도 됐다. 꽉 채워 가면 긴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가방에서 주섬주섬 병을 꺼내서 용액을 채워넣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전자담배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저게 뭔 짓이야’라는 사람들의 눈이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누가 담배 한대 피우자고 해서 같이 나가 전자담배를 입에 물면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그거 어떠냐” “담배 생각이 진짜로 안 나냐” “그것도 몸에 안 좋다던데”가 주 레퍼토리다. 최근 담뱃값 인상이 입법예고된 뒤 질문은 더 거세졌다. 일일이 질문에 대답하기 힘들 정도다. 그래서 여기에 대답을 풀어놓는다.

담뱃값 인상으로 관심 급증
현재도 전세계 30억달러 시장
아직 금연 효과 검증 안 됐지만
인정하는 전문가 증가 추세
비용은 일반 담배보다 비싸

핵심 쟁점은 유해성 정도
타르·일산화탄소 없지만
포름알데히드 등 일부 검출
하지만 담배의 수백분의 일
공공장소에서 피우는 건 위법

1. 전자담배는 어떤 원리냐?

전자담배는 매우 단순한 원리를 가지고 있다. 니코틴이 들어 있는 전자담배 용액을 가열해 기화시킨다. 그 기화된 기체를 담배연기 대신 들이마시고 내뿜는다. 이 두가지가 핵심이다. 여전히 카트리지형이 나오긴 하지만 대세는 기화기와 배터리로 구성된 세트다. 작동원리에 따라 아토마이저, 카토마이저, 클리어토마이저 등으로 불리는 기화기가 용액을 저장하고 기화시키는 부분이고 배터리는 기화를 위해 전력을 공급하는 구실을 한다. 카토마이저에는 유리섬유 다발에 코일을 감아놓은 부품이 들어 있는데, 유리섬유가 전자담배 용액을 머금으면 코일이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이 용액을 기화시킨다. 배터리와 카토마이저는 주로 ‘510 규격’으로 불리는 통일된 모양을 하고 있어 부품끼리 교체가 가능하다.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변주가 존재한다.

2. 전자담배는 담배를 대체할 수 있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80% 이상 대체 가능하다. 담배의 중독성은 거의 전적으로 니코틴 때문에 발생하며 니코틴이 공급되는 한 금단증상 때문에 고통받을 일은 없다. 게다가 전자담배는 연기를 빨아들이고 내뿜는다는 담배의 기본적인 메커니즘까지 충족해 준다.

하지만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는 귀찮은 작업을 매일 해야 되는 불편도 있다. 매일 배터리를 충전해 줘야 하고, 전자담배 용액도 보충해야 한다. 밖에 나왔는데 배터리가 떨어지거나 용액을 보충할 수가 없다면 ‘멘붕’(멘탈 붕괴)에 빠진다. 전자담배를 피우다가 다시 진짜 담배로 돌아가는 대부분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술 마시고 잃어버리는 경우도 가끔 있다. 분실로 인한 비용과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게다가 전자담배에는 진짜 담배와 달리 타르가 없고 타면서 나오는 일산화탄소 등이 혼합된 특유의 맛도 없다. 그래서 처음 피울 때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 관련 국제기구들은 아직 전자담배의 금연효과에 대해 확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제보건기구(WHO)의 금연조직인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은 지난 7월 내놓은 리포트에서 전자담배의 금연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상당히 많은 수의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를 사용하면서 흡연 횟수를 줄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정도로만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공공의사협회(AAPHP), 영국의사협회(BMA) 등에서 지난해 각각 전자담배가 담배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리포트를 발표하는 등 점차 전자담배의 금연효과를 인정해 나가는 추세다.

3. 전자담배는 유해하지 않은가

현재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는 사안이다. 전자담배도 해롭다면 굳이 담배에서 갈아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아직 전자담배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따지려면 우선 그 원료를 살펴봐야 한다. 전자담배 액상은 글리세린(VG), 프로필렌글리콜(PG), 니코틴, 향료 등으로 만들어진다. 이 중 니코틴을 제외하고는 모두 식품 첨가제에 사용되는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향료는 액상에 맛과 향을 첨가해 주는데 블루베리 등 과일향부터 담배향까지 수백종에 이른다. 문제는 니코틴이다. 니코틴은 중독 물질이긴 하지만 발암 물질은 아니다. 다만 종양을 확산시키거나 건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국제보건기구는 분석하고 있다.

그럼 이런 원료를 섞은 용액을 가열해 기화해 피우는 연기에는 문제가 되는 물질이 없을까?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2009년 전자담배 연기를 조사한 결과 담배로 인한 발암물질(TSNAs)을 검출했고, 역시 독성물질인 디에틸렌글리콜도 검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1년 다른 연구자들이 전자담배 연기를 조사했을 때는 별다른 화학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영국 국가의료서비스(NHS)는 미 식품의약청이 검출한 화학물질의 양은 진짜 담배의 1000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로즈웰파크 암기구의 마치에이 고니에비치 박사 등이 벌인 올해 조사를 보면 전자담배 15모금에 들어 있는 포름알데이히드는 0.2~5.61㎍(마이크로그램)으로 일반담배 한개비의 9분의 1, 톨루엔은 0.02~0.63㎍으로 일반담배의 120분의 1 정도가 들어 있다. 미세먼지는 전자담배나 진짜 담배나 비슷하다. 전자담배의 기체를 꾸준히 마셨을 때 발생하는 장기적인 부작용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이 불가능하다. 전자담배가 만들어진 지 이제 10년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접흡연 효과는 어떨까. 담배규제기본협약은 전자담배 간접흡연 역시 니코틴이나 다른 독성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규제에 맞게 만들어진 전자담배의 경우 진짜 담배보다는 현저히 그 독성이 낮을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종합하자면 전자담배는 무해하지 않다. 하지만 진짜 담배보다는 훨씬 낫다.

대표적인 전자담배 회사 중 하나인 잔티의 이고-T 모델.
대표적인 전자담배 회사 중 하나인 잔티의 이고-T 모델.

4. 전자담배는 비용이 많이 드나

어떤 전자담배를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에 따라서 초기비용은 천차만별이다. 보통 길거리에 보이는 전자담배 매장에 가면 15만원 언저리에서 배터리 2개, 기화기 2개로 이뤄진 세트를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 발품을 팔면 훨씬 싸게 살 수 있지만 이럴 경우 고장났을 때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싸게는 3만5000원 정도면 기화기 1개, 배터리 1개, 충전기 등으로 이뤄진 한세트를 살 수 있다.

문제는 초기비용보다는 유지비용이다. 유지비용은 어디서 어떤 용액을 사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현재 보통 전자담배 매장에서 30㎖ 정도 용량의 담배액상 한병이 3만원께로 팔린다. 흡연량에 따라 다르지만 이 한병을 2주 정도 피운다. 현재 담배 한갑이 2500원이니까 12갑의 가격이다. 하루에 한갑을 피우는 사람이라면 유지비용이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정도 피우는 사람이면 용액도 더 빨리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전자담배는 액상을 바꿀 때마다 기화기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 이 부품의 가격은 2500원 정도다. 진짜 담배보다는 아무래도 비용이 비싸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전자담배에 ㎖당 400원의 담배세, 200원의 교육세 등이 붙기 전에는 전자담배가 더 저렴했지만 세금 부과가 시작된 이후로 역전됐다.

담뱃값이 예고된 대로 4500원으로 오르면 어떨까? 정부는 담뱃값을 올리는 동시에 전자담배에 포함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221원(㎖당)을 525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담배액상 한통의 가격은 1만원 정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루 한갑 기준으로 2주를 사용했을 때 4500×14=6만3000원 대 4만원으로 비용은 재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사용자들은 비용도 아낄 겸 해서 외국에서 액상을 ‘직구’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니코틴이 들어 있는 액상이 통관하다 적발되면 담배세를 무는 것은 물론 관세까지 물어야 된다. 추천할 만한 방법이 못 된다. 다만 전자담배 기기의 경우는 직구로 살 만하다. 미국에선 기기나 액상 모두 국내의 3분의 1 정도 가격에 팔리고 있다. 액상을 자기가 직접 만드는 사람들도 있는데 순수한 니코틴을 구하는 것이 관건이다. ‘어둠의 경로’를 통하지 않고는 입수가 거의 불가능하고 가능하더라도 가격이 높다.

5. 그러니까 피우라는 말인가 말라는 말인가

개인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전자담배를 피운 뒤로 많은 것이 좋아졌다. 끓던 가래와 구취도 줄었고, 옷에 냄새가 배지 않아서 좋다. 방문을 닫고 창문을 열어놓고 피우기만 하면 아내도 별달리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몸이 가벼워졌고, 숙취가 크게 줄었다는 느낌이 든다. 1년 정도 전자담배를 피우는 동안 진짜 담배를 피운 횟수는 몇번 되지 않고, 대부분 몇모금 피우다가 탄맛과 비린맛 때문에 긴 꽁초째 재떨이에 구겨 버리기 일쑤였다.

요즘은 길거리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찾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제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의 통계를 보면 전세계에 466개 브랜드가 전자담배를 생산하고 있고 30억달러(3조1635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전자담배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서 2030년이면 170억달러(17조926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미국 흡연자와 흡연 경험자의 47%가 전자담배를 사용한 적이 있다. 그중 단 4%만이 계속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시장 초기 수준인 전자담배가 계속 유용한 담배 대체재가 되려면 적절한 안전기준과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 유럽의회는 올해 2월 전자담배에 대해서도 담배와 똑같이 광고를 금지시키고, 제품 곽에 경고문구를 넣는 등의 규제안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최근 대중교통 시설, 학교 등을 포함한 공공장소는 물론 밀폐된 작업공간에서는 전자담배를 이용할 수 없게 한다는 엄격한 규제안을 발표했다. 전자담배를 담배와 똑같은 물질로 취급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또한 니코틴이 들어 있는 액상을 사용하는 전자담배를 담배와 똑같이 취급하고 있다. 담배사업법 제2조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증기로 흡입하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된 것’을 담배로 규정하고 있다. 니코틴 농축액 또한 연초의 잎에서 추출했으니 전자담배도 담배라는 것이다. 따라서 금연구역에서 니코틴이 포함된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은 불법이며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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