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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박세필 박사 ‘냉동 잔여배아 줄기세포 추출’ 의미

등록 2005-10-17 19:27수정 2005-10-17 20:01

냉동 잔여 배반포기배아 이용 배아줄기세포 생산 개념도
인간복제 논란서 자유롭고 추출성공률 높아

박세필 박사팀이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해 낸 ‘냉동 잔여 배반포기배아’는 생명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로운데다, 배아줄기세포 추출에서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떻게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나?=‘냉동잔여 배반포기배아’는 불임 부부의 시험관 아기 시술 과정에서 나온다. 박 박사는 “시험관 아기 시술시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켜 임신이 되면 남은 배아는 냉동 보관한다”며 “다시 시술이 필요하면 냉동배아를 녹여 쓰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5년이 지나면 폐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폐기될 운명의 배아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명윤리적 법의 제한이나 비판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박 박사팀의 특허 내용에서 기존의 줄기세포 추출 특허 내용과 구별되는 점은 ‘배반포기’ 단계의 냉동 잔여 배아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박 박사는 “기존 외국 방법은 수정 뒤 2~3일이 지난 초기 냉동배아를 사용했는데, 줄기세포 추출 성공률이 10~20%대이다”며 “수정 뒤 4~5일 지난 배반포기 배아를 사용하면 성공률을 35%~60%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냉동 5년 지나 폐기될 배반포기 배아 사용
성공률 35~60%…황우석 교수팀보다 높아
면역거부 반응은 낮아…동물실험서 뇌졸중등 가능성

냉동잔여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기술로 미국 특허를 획득한 박세필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장. 연합뉴스
냉동잔여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기술로 미국 특허를 획득한 박세필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장. 연합뉴스
황우석 교수팀의 방법과는 어떻게 다른가?=박 박사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지 4~5일 지난 배반포기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다. 반면 황 교수팀은 환자 등 타인의 체세포에서 핵을 꺼내 여성의 난자에 이식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든다. 두 방법 모두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면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 다만 박 박사팀의 배아는 남녀의 정자와 난자의 결합이므로 인간의 개체 복제와는 거리가 멀지만, 황 교수팀의 배아는 인간의 개체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생명윤리 논란이 일고있다. 또 황 교수팀의 경우 기증받기는 했지만 건강한 난자를 추출해 실험에 썼다는 비판이 제기되곤 한다.

배아줄기세포 추출 효율성도 비교할 만하다. 박 박사는 “올해 발표된 황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185개 난자를 이용해 11개 줄기세포주를 만들어 6%대의 성공률인 반면, 냉동잔여 배반포기배아를 이용한 방법은 특허 출원 당시인 2000년 8월에도 20개 배아 가운데 7개 정도 추출해 35%의 성공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박사팀의 배아줄기세포는 면역거부 반응에서 황 교수팀보다 떨어지는 점이 있다.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는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하므로 이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박 박사는 “세계적으로 보관된 냉동잔여배아가 수만 개에 이르므로 실용화 단계에 이르면 면역 거부 반응의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상에서의 실용 가능성 및 경제적 가치는?=박 박사팀이나 황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는 방법이 다르지만 실제 줄기세포의 기능은 똑같을 것으로 판단돼, 뇌졸중·척수마비 등 난치병 치료 적용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문제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박 박사는 “현재 동물실험에서 발생과정에서 뇌 또는 척수의 불안전한 교합으로 생기는 뇌 또는 척수 수막류, 파킨슨병, 뇌졸중 등의 치료에 일정 정도 성공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며 “본격적인 임상 시험 전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 역시 현재 동물실험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배아 파괴않고 줄기세포 채취 성공

‘네이처’ 두 가지 방법 논문 실려…윤리논쟁 안화될 듯

배아를 파괴하지 않고도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개발돼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둘러싼 윤리논쟁이 완화될 전망이다.

미국 줄기세포연구회사인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러지의 로버트 랜저 박사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에 실은 논문에서 수정 뒤 2일 된 쥐의 8세포 배아에서 세포 하나를 빼내 이를 배양해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세포 하나가 빠져 7개만 남은 초기단계의 배아는 아무런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성장했으며 쥐의 자궁에 이식돼 새끼로 태어났다.

지금까지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수정된 지 5일이 지나 최고 150개로 불어난 난자의 내부로부터 줄기세포를 끄집어내는 것이어서 배아는 파괴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생명윤리 논쟁의 핵심이 돼 왔다.

또 매사추세츠공대(MIT) 화이트헤드 생의학연구소의 앨릭잰더 마이스너와 루돌프 재니시 박사팀은 변형 체세포 핵이식 방법(ANT)을 이용해 쥐의 난자에서 디엔에이(DNA)가 담긴 핵을 제거하고 쥐의 체세포 핵을 삽입한 다음 정상적으로 성장한 뒤 줄기세포를 채취했다. 유전자가 제거된 난자는 자궁에 착상될 수 없고 태아로 자랄 수 없다.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이 두 가지 방법은 배아를 파괴하지 않고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어 윤리논쟁을 피해갈 수 있다며 행정부가 규제를 완화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인 윌리엄 헐버트 박사는 체세포 핵이식 방법으로 만들어진 배아는 “비배아적 개체”라며 옹호했다. 그러나 미국 가톨리주교회의의 리처드 도어플링어 신부는 이런 방법들이 배아가 만들어져서는 안된다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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