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영리병원 설립 승인을 받은 중국 녹지그룹의 녹지국제병원 건설 공사가 18일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병원 부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정부, 중국 녹지국제병원 설립 허용
“의료를 돈벌이 수단 전락시켜” 비판
“의료를 돈벌이 수단 전락시켜” 비판
국내 첫 영리병원이 제주도에 들어설 전망이다. 제주 영리병원이 국내 의료 영리화의 물꼬를 터, 의료의 공공성을 허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제주도가 신청한 중국 녹지그룹의 외국영리병원(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 다른 중국계 외국영리병원인 산얼병원의 설립 신청에 대해서는 법령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불승인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강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제주도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나 제주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 등 관련 법규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법령상 요건을 충족해 설립을 승인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 법인이어야 하고, 자본금은 500만달러 이상이어야 한다는 등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는 것이다. 또 응급의료체계와 관련해서는 서귀포의료원 등 2곳과 양해각서를 맺었으며, 국내 의료법상 허용되지 않는 줄기세포 시술 등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복지부가 이날 제주도에 승인을 통보함에 따라 제주도가 자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 허가를 하게 되면 국내 첫 영리병원이 들어서게 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그동안 여러 차례 외국영리병원에 대해 제주도가 추구하는 헬스관광산업 발전에 부합한다면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제주도에서도 무난히 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녹지그룹 쪽은 이르면 2017년 3월 병원 문을 열 계획이다.
녹지그룹의 사업계획서를 보면 녹지국제병원은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에 778억원을 들여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건립되며,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목을 개설할 예정이다. 주로 제주도를 찾은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성형수술과 피부 미용 시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이나, 국내 의료진이 중국보다 성형수술과 피부 미용 시술 능력이 뛰어난 점에 비춰 의료진이 대부분 국내 의사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제주도는 외국영리병원 허용으로 보건의료에 투자가 이뤄지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전국 곳곳의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영리병원이 들어서는 등 국내 의료체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제주도 내 의료단체 및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의료영리화 저지 및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야 할 복지부가 사실상 국내 의료체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영리병원을 승인한 것은,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 행위로 공공의료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진엽 복지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영리병원은 병원 운영을 통해 생긴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줄 수 있기 때문에 의료 상업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제주도의 외국영리병원 허용으로 전국 경제자유구역 8곳에도 우후죽순으로 영리병원이 들어설 수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규제를 받지 않는 상업의료 중심인 영리병원 허용은 국내 의료를 상업화시켜 공공의료를 붕괴시키고 국민들의 의료비를 크게 올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제주문화방송>이 지난 9월 중국 녹지그룹이 추진하는 영리병원 설립에 대한 도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8%가 반대했고,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25%에 그쳤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제주/허호준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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