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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의료계 다양한 사람 이야기로 환자 신뢰 잡겠다”

등록 2016-04-12 18:52수정 2016-04-15 16:39

 왼쪽부터 이요셉 편집장, 전진희 원장.
왼쪽부터 이요셉 편집장, 전진희 원장.
[짬] 의학잡지 내는 개업의 전진희 원장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 연세비앤에이의원에 들어서면 특이한 정기간행물을 만나게 된다. 책 이름은 <반창고>. 환자와 의사를 비롯해 간호사, 원무과 직원 그리고 병원에서 청소하는 이들까지 포함한 의료계 인물들을 주로 다루는 반년간지다. 잡지를 열어 보니 발행인 이름이 ‘전진희’다. 이 병원 원장의 이름과 똑같다. 왜 바쁜 개업의가 정간물까지 발행하고 있는 것일까. 10년차 개업의인 전진희 원장은 “의료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의사가 출판인이 된 이유를 설명한다.

‘장애’ 동생 영향 소통에 관심
“환자 의학 상식 높아지면서
의사와 신뢰 쌓기 방식 달라져”
의료계 인물중심 ‘반창고’ 창간
4호까지 발행…곧 온라인판도

전 원장이 보기에 환자와 의사는 마치 화성인과 금성인이 서로 마주 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소통이 안된다는 뜻이다. 전 원장은 의사들의 경우 “공부를 많이 한 전문가 집단이지만 자신들의 전문지식을 일반인에게 전달하는 데 능숙하지 못한 그룹”이다. 반면 일반인들의 경우 “의료인들을 살짝 권위적이라고 여기면서도 베일에 싸인 존재로서 약간의 경외감도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 가까워지기 어렵게 느낀다는 말이다. 전 원장은 ‘이런 불통의 상태로는 좋은 의료계 구축이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반창고>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의사인 그가 어떻게 소통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 우선 2년 터울 남동생이 아이큐 80의 다운증후군 장애인이라는 가정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동생과의 소통에 대한 고민이 차츰 다른 이들과의 소통 문제로까지 관심을 넓히게 됐다는 것이다.

의대에 들어가서는 친구들로부터 “하루도 저녁 약속이 없는 날이 없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다. 같이 의대에 다니던 6개 학년 학생 전체와 교분을 쌓을 정도였다. 본과 3학년 때인 2000년 의약분업과 관련해 진행된 수업거부 사태는 사회와의 소통 문제를 고민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전 원장은 “당시 대학도서관에서 경영이나 철학을 비롯해 입문서란 입문서는 거의 다 읽어봤다”며 “그때 생각의 폭도 한뼘 커진 것 같다”고 말한다.

2006년 개업한 뒤 소통의 한 방식으로 정간물을 내는 문제를 고민해왔지만, 정작 실행에 옮긴 것은 2013년이었다. 동갑내기인 이요셉(39) 편집장을 만난 것이 계기였다. 학부에서 국제통상학을 졸업한 뒤 미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 편집장은 이스라엘과 아프리카 차드 등 많은 나라를 다니면서 사람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어왔다. <나를 위로하는 사진 이야기>(21세기북스) 등 5권의 사진 관련 서적을 냈고, 판매 수익금 등으로 차드의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우물을 파주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13년 1월 첫 만남 이후 매주 카페에서 만나 기획회의를 했다고 한다. 두세달의 논의 뒤에 ‘사람 이야기’를 중심으로 의료계가 소통할 수 있는 잡지를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주로 의료행위 등을 다룬 다른 의학잡지와는 차별화된 콘셉트였다. <반창고> 첫호가 같은해 6월에 출간됐고, 현재 4호까지 발행됐다.

‘사람 이야기’라는 취지대로 <반창고>는 병을 다루더라도 그 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다. 의료인의 범위도 넓게 잡는다. 병원에서 청소하시는 분들의 애환 등을 잡지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의대 졸업 뒤 벤처기업에 도전하는 사람 등 의사로서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전문의와 예비의사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인터뷰 형식 등으로 잡지에 소개된 환자들 중 ‘내가 이해받고 있네’ 하며 기뻐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이 편집장)

전 원장은 <반창고>와 같은 이런 소통의 노력이 앞으로 의료계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는 방식이 이전과는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의사가 권위를 통해 별다른 소통 없이도 의료행위에 대한 믿음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환자들의 의학상식이 점차 높아지면서 이런 방식은 한계를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단 의료행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미래산업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의료산업에서도 소통은 중요하다. “의료계의 언어와 산업계의 언어도 다릅니다. 한 의료인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산업계의 언어로 풀어내지 못한다면 산업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전 원장은 현재 이스라엘 의료벤처자본인 요즈마펀드의 바이오헬스테크놀로지(BHT) 센터장을 맡아 의료산업화와 관련한 기술심사를 맡고 있다. 반창고팀은 최근 <반창고>의 온라인화도 고민하고 있다. “최근 대세인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한다면 더 많은 ‘의료인’ 이야기를 대중에게 소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반창고>의 오픈 시점을 5월말이나 6월초로 잡고 있어요.”

글·사진/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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