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린 뒤 완치판정을 받은 ‘암 경험자’가 벌써 130만명에 이르고 말기 암 환자 역시 늘고 있으나 이들이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를 받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이라도 찾아서 치료를 받은 암 환자가 생겨나는 이유죠”
2000년대 초반 국립암센터에서 일하던 때부터 국내에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를 안착시키고 지난해에는 호스피스 국민본부의 실무를 맡아 연명의료 중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이끌기도 했던 윤영호 서울대병원 암통합케어센터 교수(사진)의 말이다.
그는 일부 요양병원들이 암 환자를 입원시켜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암을 치료하게 된 데에는 현재 암 치료 체계의 구멍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이 수술이나 항암제 등 암을 치료하는 데에는 열중하지만, 암 치료를 받은 뒤에 운동 및 식사 조절이 필요한 환자나 더 이상 치료가 힘든 말기 암 환자를 돌보는 데에는 관심이 덜하기 때문에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폐암 등에서 암 환자의 운동 및 식사 조절 등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를 하면 실제 사망 위험도 줄어드는데, 현재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는 암 환자들에게 이런 서비스를 공급하는 곳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윤 교수팀이 암 완치 판정을 받은 폐암 환자 800여명과 자궁경부암 환자 860명을 5~6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이들 암 환자들은 암 치료 뒤에도 통증 관리, 정서적인 안정, 운동 등에 대해 적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암통합케어센터에서 암 환자들이 겪는 불안, 불면, 우울, 피로, 식욕부진, 통증 등에 대한 치료를 함으로써 암 환자 및 경험자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이런 통합치료를 하는 곳은 서울대병원이나 국립암센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어 암 환자들의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윤 교수는 “암 경험자는 암 치료 뒤 재발에 대한 조기진단뿐만 아니라 운동이나 식사 조절 등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치료를 받고 말기 암 환자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는 진료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양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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