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가족만 쓰는 가족제대혈이 92%
백혈병 등 치료에는 기증이 더 많이 쓰여
“가족제대혈보다 기증으로 전환해야”
백혈병 등 치료에는 기증이 더 많이 쓰여
“가족제대혈보다 기증으로 전환해야”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대형 산부인과 병원에서 둘째 아이를 출산한 박아무개(38)씨는 출산 뒤 제대혈을 한 가족제대혈은행에 보관하기로 했다. 출산이 다가오자 이 병원에 출장나와 있던 한 제대혈은행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150만원을 들여 15년 가량 보관하기로 했다. 임씨는 “상담을 받을 때 아이가 나중에 백혈병 등에 걸리면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해 남편과 상의한 끝에 보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개인적으로 돈을 들여 자신과 가족만이 쓸 수 있게 보관하는 가족제대혈 건수는 크게 늘었다. 하지만 실제 활용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사람의 질병 치료와 연구 목적으로 대가 없이 기증제대혈은행에 기증된 제대혈은 건수가 가족제대혈보다 훨씬 적었지만 백혈병 등의 치료에 사용된 사례는 더 많았다. 제대혈은 임신 당시 아이와 엄마의 태반을 연결하는 탯줄과 태반 그 자체에 있는 혈액으로, 적혈구나 혈소판 등 혈액의 성분을 만드는 조혈모세포가 많이 있어 백혈병 등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27일 남인순(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는 총 59만6346건의 제대혈이 보관 중이며 이 가운데 가족제대혈이 전체의 92%인 54만8889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한 해 동안 보관현황을 보면 기증제대혈은 2687건에 머문 반면, 가족제대혈은 기증제대혈의 10배 수준인 2만6780건이나 됐다. 하지만 치료목적으로 사용된 제대혈 숫자는 2011~2016년 7월 가족제대혈은 139유닛(단위)이었고, 기증제대혈은 371유닛으로 가족제대혈보다 2.6배가 많았다. 낮은 활용도를 비롯해 가족제대혈의 경우 부적격으로 폐기되는 사례 역시 적지 않은 문제점도 있었다. 감염성 질환에 걸린 경우였거나 세균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오는 이유 등으로 보관이 부적격해 폐기되는 가족제대혈은 2012~2015년 6650건에 달했다. 가족제대혈은 또 15년 보관을 기준으로 보관 비용이 88만원에서 230만원이 넘는 등 고비용일 뿐만 아니라 업체별 편차도 상당히 컸다.
남인순 의원은 “가족제대혈의 경우 태어날 때부터 발병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본인의 제대혈을 사용할 때 재발 위험성이 높다”며 “미국 골수이식학회의 2008년 발표자료를 봐도 보관된 자신의 제대혈을 사용할 확률은 높아도 0.04%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또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하기 전에 상업적 목적으로 제대혈 사업에 뛰어든 업체만 많아져 가족제대혈 보관이 기형적으로 많아졌다”며 “세계적 추세에 맞게 제대혈 보관을 가족제대혈보다는 기증제대혈 중심으로 전환하고 제대혈 과대광고에 대해서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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