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텔라’가 발암 물질 논란에 휩싸였다. 누텔라는 특유의 달콤함과 고소한 맛 때문에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는 의미로 국내에선 ‘악마의 잼’이라는 별명을 가진 초콜릿 잼이다.
논란은 ‘팜유가 암을 유발한다’는 유럽 식품당국의 발표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5월 유럽 식품안전청(EFSA)은 ‘팜유가 200°C 이상으로 가열되면 발암 가능성이 커진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일반 소비자가 200°C 이상의 고온으로 식품을 가열해 먹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일부 식품 제조사가 팜유 특유의 냄새를 중화시키기 위해 고온으로 팜유를 조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암 물질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표된 보고서가 올초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이탈리아 최대 슈퍼마켓 체인 코프가 팜유 함유 식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 등의 보도를 보면, 코프는 유럽 식품안전청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팜유가 든 200개 제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 여기에 누텔라도 포함됐다.
팜유가 문제가 되자, 일부 식품업체들은 팜유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반면 누텔라의 제조업체인 이탈리아 페레로 그룹은 팜유를 계속 사용할 뜻을 밝혔다. 페레로 구매 담당 임원인 빈센쪼 타펠라는 “팜유에 대한 대체재를 찾는 것은 퇴보”라며 레서피를 변경할 뜻이 없음을 강조했다. 비용의 문제가 아닌, 다른 오일을 사용해서는 얻을 수 없는 특유의 부드러움을 얻기 위해 팜유를 사용하는 만큼 팜유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누텔라는 미국의 트위터 공식계정을 통해 “안전이 우리에겐 최우선이다”며 안전성을 강조한 글을 게시했다.
페레로 그룹은 사용 중단 대신 안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공식 트위터 계정에 “우리는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엄격한 질적 기준을 지켜 생산한다”는 글을 올렸다. 로이터와 인터뷰에서는 “발암 물질이 유발될 정도의 온도(200°C 이상)로 제품을 조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누텔라는 페레로 그룹 연 매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한국도 피해갈 수 없는 팜유 유해성 논란
팜유 발암 논란은 한국에서 다른 제품으로 불붙고 있다. 바로 라면이다. 한국은 1980년대 ‘우지 파동’ 이후 라면을 튀기는 용도로 팜유를 사용하고 있다. 라면뿐만 아니다. 저렴한 식물성 기름인 팜유를 한국에선 가공식품 제조에 널리 사용하고 있다.
한국 식품업체들은 라면을 튀기는 용도로 팜유를 사용하고 있다.
2014년 녹색소비자연대가 서울 소재 대형마트 6곳의 가공제품 8품목, 618개 제품의 팜유 함유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시판 스낵·라면·초콜릿의 10개 중 7~8개는 팜유를 포함하고 있었다. 팜유는 다른 유지에 견줘 가격이 저렴하다. 특히 초콜릿을 만들 때 주원료인 카카오버터 대신 팜유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덧붙여 ‘팜유가 바삭한 맛을 내는데 편리하고, 상온에서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식품업체가 팜유를 선호하기도 한다.
(▶초콜릿 115개 제품중 절반이 팜유 함유)
사실 팜유는 위해성 논란 뿐 아니라 환경파괴 등을 이유로 오래전부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인도네시아 등에선 팜유를 제거하기 위해 건기 동안 열대우림을 태우고 기름야자나무를 심는데, 이 열대우림을 불태우는 스케일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어마어마한 양(1일 평균 2300만톤)의 탄소가 배출되고 있으며, 열대우림을 밀어버리는 과정에서 멸종위기종인 오랑우탄의 서식지도 파괴되고 있다고 한다.
어디에나 들어가는 팜유가 오랑우탄을 죽이고 동남아시아 숲을 파괴하고 있다
최근 20년 동안, 수만 마리의 야생 오랑우탄이 팜유 산업의 직접적인 결과로 죽거나 팔다리가 잘리거나 부모를 잃었다. 팜유 경작으로 인한 삼림 벌채로 죽은 오랑우탄은 수천 마리에 달한다. 팜유와 관련된 서식지 파괴와 삼림 벌채는 ‘현존하는 가장 큰 위협’이라고 인디애나폴리스 동물원의 보존과 생명과학 부회장인 로버트 슈메이커가 말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25년 안에 야생 오랑우탄이 멸종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중략)
그린피스의 2013년 연구에 따르면 팜유는 인도네시아에서 숲을 파괴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보르네오 일부 지역에서는 삼림 벌채의 75%가 팜유 때문에 이루어졌다.
지금 속도대로 숲이 파괴된다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숲은 20년 안에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팜유 생산은 기후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인도네시아에서 숲을 없애고 플랜테이션을 만들 때는 불법 화전 농법이 널리 사용된다. 이때 막대한 양의 온실 가스가 대기 중에 배출되고, 인근 지역에 위험한 스모그 문제를 일으킨다. 이탄지 화재를 일으킬 수도 있는데, 몇 달, 때에 따라서는 몇 년에 걸쳐 불탄다. 인도네시아의 탄소 배출 중 60% 이상이 숲과 이탄지를 없애는 과정에서 나온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숲을 없애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온실 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다.
-2015년 8월 29일 허핑턴포스트
유럽 식품안전청은 보고서를 내면서 팜유 섭취 자체를 중단하라고 권하지는 않았다. “잠재적으로 해롭다”면서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누텔라의 미국 공식 트위터에는 “누텔라가 발암을 유발한다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누텔라를 사랑한다”는 글과 “팜유 사용을 멈춰라”는 글이 뒤섞여 올라오고 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