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저소득 583만가구 건보료 월 2만원 인하

복지부, 건보 부과체계 개편 방안 발표
6년간 3단계 걸쳐 소득 중심 부과 추진

지역가입자 평가소득 폐지·재산보험료 축소
무임승차 피부양자 10만명→지역가입자 전환
고소득 직장인 13만명 보험료 종전보다 올라

* 누르면 확대됩니다. 자료: 보건복지부

저소득 지역가입자 583만 세대의 건강보험료가 월 2만원정도씩 낮아지는 부과체계 개편이 추진된다. 또 소득이 일정수준 있어도 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아 ‘무임승차 논란’을 빚어온 피부양자 중 10만명이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를 내게 될 전망이다.

23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방안’을 보면,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고 고소득 직장인 및 피부양자의 보험료 부담은 올리는 방안이 3단계(3년 주기)에 걸쳐 추진된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이원화 체계는 그대로 유지하되, 점진적으로 재산보다는 소득 보험료 비중을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편방안의 세부 내용(1단계 기준)을 보면, 우선 지역가입자의 경우 성·연령 등에도 부과됐던 평가소득 보험료가 17년만에 폐지된다. 또 재산보험료가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현재는 자가소유 주택은 공제없이 전액에 보험료가 부과돼왔는데, 개편안에서는 과표 구간에 따라 500만~1200만원까지 공제한 뒤 보험료를 매기기로 했다. 자동차는 배기량 1600㏄ 이하 소형차와 9년 이상된 자동차, 승합차·화물·특수자동차에 대해서만 보험료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 연소득 100만원 이하(총수입 최대 1천만원 이하)에게는 최저보험료 1만3100원이 부과되며, 소득 상위 2%·재산 상위 3% 고소득 사업자 등의 보험료는 오른다. 이를 통해 1단계에서는 583만 세대의 보험료가 월평균 9만원에서 7만원으로 낮아지는 반면 고소득층 34만 세대는 월평균 33만원에서 38만원으로 5만원정도 보험료가 올라갈 예정이다.

보험료를 내야 하는 소득 요건이 지나치게 완화돼 있던 피부양자의 경우, 종합과세소득을 합산한 금액이 연간 3400만원을 넘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는 금융소득과 공적연금, 근로·기타소득 중 어느 하나가 각 4천만원을 넘어야만 했다. 또 피부양자의 재산 요건도 과표 5억4천만원을 넘고 소득이 연 1천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엔 지역가입자로 전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 279만명 중 10만명(7만 세대)에 대해 월평균 18만6천원의 보험료가 부과된다.

직장가입자의 99%는 현재와 같이 월급에 대한 보험료를 그대로 부담하면 된다. 다만 보수 외 연간 종합소득이 3400만원을 초과하면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9만명이 월 5만원가량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도 보수 외 소득이 많아서 보험료를 내고 있는 4만명이 개편으로 보험료가 월평균 28만원 인상된다.

복지부는 3단계까지 개편이 완료되면 훨씬 더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가입자의 재산 보험료의 경우, 3단계 적용 땐 시가 1억원 이하 집을 가지고 있거나 전세값이 1억6700만원 이하이면 보험료를 매기지 않는 식이다. 자동차의 경우엔 최종적으로 4천만원 이상 고가차에만 부과할 방침이다. 피부양자의 연소득과 직장가입자의 보수 외 소득 기준선도 3단계까지 가면 연간 2천만원으로 강화된다.

하지만 이런 개편이 언제쯤부터 시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복지부는 “개편안과 관련된 향후 일정은 국회와 협의를 거쳐 추진할 것”이라며 “이미 국회에 관련 법안(야당)이 제출돼 있으므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을 함께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야3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관련 법안을 제출해놓은 상태다. 만일 올해 상반기 중 법개정이 완료될 경우엔, 준비작업을 거쳐 2018년 하반기부터 1단계 개편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예상대로 일정이 진행되더라도 3단계 시행은 2024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황보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