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우울증이 산후우울증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신 초기가 가장 위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이수영 제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2013년 3월~2016년 11월 제일병원과 강남차병원의 임신부 3801명의 정신건강을 개인별로 임신 초기(12주)부터 중기(24주), 말기(36주), 출산 뒤 한 달까지 네 차례에 걸쳐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울증 발병 위험도가 높은 고위험군은 임신 초기 임신부에서 19.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산후우울증 발병 시기인 출산 뒤 한 달 시점은 16.8%, 임신 말기는 14%, 임신중기는 13.8%였다. 연구팀은 임신부들이 임신 초기 신체변화 등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데 대한 어려움, 유산에 대한 걱정 등이 우울과 불안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했다.
임신 중 우울증의 주요 위험요인으로는 가계소득, 결혼 상태, 직업 여부, 질병력, 입덧, 배우자와의 관계 문제 등으로 조사됐다. 우선 가계소득이 300만원 미만인 임신부는 500만원 이상인 경우보다 우울증 위험도가 1.8배 높았다. 결혼 상태가 미혼, 동거, 별거, 이혼, 사별인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2.4배 높아졌고, 직업 여부에서는 임신부 본인의 직업이 없을 때 우울증 위험도가 1.7배였다. 과거에 우울증을 경험했던 임신부의 위험도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4.3배로 크게 높아졌고, 가족 중에 우울증 환자가 있는 경우에도 2.2배로 높은 수준이었다.
만성질환의 경우 우울증 위험도를 당뇨는 3배, 배란장애 및 난임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다낭성 난소질환은 1.6배 높였다. 입덧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7배 우울증 위험도가 높았다. 이밖에 인공유산의 경험이 있는 임신부의 우울증 위험도는 1.4배, 배우자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 우울증 위험도가 3.75배 높아졌다.
이 교수는 “산후우울증이라는 용어가 대중에게 널리 퍼져있어 흔히 출산 뒤에 우울증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임신 기간 특히 임신 초기에 우울증 발병 위험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배우자 또는 보호자와 함께 적극적으로 위험인자를 관리해 우울증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양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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