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흑자행진…지난해 3조원 남아
시민단체 “OECD 수준으로 늘리라”에
공단 “4대 중증질환 확대로 곧 소진”
시민단체 “OECD 수준으로 늘리라”에
공단 “4대 중증질환 확대로 곧 소진”
건강보험이 6년째 흑자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연말 기준 누적 흑자가 20조원을 넘었다. 병원비 부담으로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하는 저소득층의 의료비 지원에 누적 흑자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4대 중증질환(암,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보험 지출이 올해부터 크게 늘고 진료비를 많이 쓰는 노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을 감안하면 금방 소진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재정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연말 기준 누적 흑자는 20조65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만 55조7195억원이 들어와 이 가운데 52조6339억원이 쓰여 당기수지는 3조856억원의 흑자가 생겼다. 수입 측면에서는 전년보다 보험료 수입에서 3조2589억원이 증가했으며, 담뱃값이 2천원 오르면서 담뱃세에서 건강보험에 지원되는 담배부담금도 3729억원이 늘었다. 보험료 수입과 담배부담금 증가가 주요한 수입 증가의 원인인 셈이다.
지출 부분에서는 보험급여비가 51조541억원으로 2015년의 46조5009억원에 견줘 4조5532억원 증가했지만, 관리운영비, 인건비 등 다른 분야 지출이 줄면서 전체적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건강보험 수지는 2011년 6008억원을 시작으로 이후 매해 3조원 이상 흑자를 기록하다 2014년에 4조5869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뒤, 2015년 4조1728억원, 2016년 3조856억원으로 2년 연속 흑자폭이 줄었다. 2013년부터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이 확대되면서 건강보험 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공단 쪽은 지난해 10월부터 4대 중증질환에 대한 초음파 검사 가운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종류가 확대됐고 올해부터 수면내시경 검사 등이 적용 항목에 포함돼 급여비 지출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확대가 초음파 검사 등에서 크게 늘어나 지난해보다 올해 지출은 수조원 더 늘어날 전망”이라며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누적흑자분도 오래 가지는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건강보험 흑자분은 경제위기 등으로 경제적인 부담을 느낀 중저소득층이 병원을 덜 찾은 결과라며,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은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60%대 초반으로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보다 20%포인트 가량 낮아 누적 흑자분은 보장성 확대에 조속히 써야 한다”며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확대 계획만으로는 중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 해결에는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4대 중증질환에 대해 환자들이 내는 돈의 비율을 대폭 낮추듯이 다른 질환에도 이를 적용하면 건강보험 보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또 어린이와 노인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진료를 무상으로 받게 하고, 건강보험 누적흑자로 공공병원을 더 확충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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