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중 종합병원
남성 노인들이 화장실에 가기가 두렵게 만드는 질환이 있다. 바로 전립선 비대증이다. 방광에서 요도로 이어지는 부위에 위치한 전립선이 커지면 요도에 압박을 가하면서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소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하다 보니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고, 밤에도 자다가 소변을 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생명이 위협을 받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등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건강보험 통계를 보면 전립선 비대증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한다. 중년이 되기 전부터 육류 섭취를 줄이고 비만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이 질환에 걸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 노화가 가장 큰 원인 전립선 비대증은 방광경 검사나 소변에 대한 증상 일지, 소변이 나오는 속도 등 여러 검사를 통해 진단되나, 일반적으로는 소변과 관련된 증상만으로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 보통 40~50대 이상 남성에게서 소변을 하루 8번 이상 볼 정도로 자주 화장실을 찾거나 자다가 일어나서 소변을 봐야 하는 증상이 있으면 이 질환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갑작스럽게 소변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소변이 마려우면 참을 수 없는 증상이 나타나거나 소변을 볼 때 한참 시간이 흘러야 소변이 나오는 증상이 있어도 마찬가지이다. 이밖에도 소변을 봐도 시원한 느낌이 없이 소변을 덜 봤다는 느낌이 들거나 소변을 보다가 소변이 끊기는 현상이 있어도 전립선 비대증의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전립선 비대증은 노화가 가장 큰 위험요인이며, 가족력 등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건강보험 통계를 보면 전립선 비대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10명 가운데 6명은 60대 이상이다. 30대 이하는 거의 없으며, 40대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50대도 전체 환자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 약물치료로 증상 조절 전립선 비대증의 치료는 약물치료가 권장되지만, 소변 장애에 대한 증상을 환자가 견딜 만하면 일정 기간 관찰하거나 생활습관 개선으로 증상을 조절해볼 수도 있다. 우선 밤에 소변을 자주 본다면 저녁식사 뒤로는 물이나 음료수를 삼가도록 하고, 소변을 자주 보게 하는 커피 등 카페인이 든 음료를 제한하는 방법이 추천된다. 이런 방법으로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약을 쓰면 소변 장애에 대한 증상은 잘 조절되는 편이지만 전립선 비대가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약물을 써도 반복적으로 요로 감염이 생기거나 방광 안에 결석이 생기는 증상이 있으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또 약물치료로도 효과가 없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 감기약이나 음주는 피해야 전립선 비대증이 있다면 몇 가지 상황에 따라 이 증상을 크게 악화시킨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감기약과 과도한 음주다. 감기약에는 기침을 줄이기 위해 기관지를 확장시키는 성분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성분이 소변이 나오는 요도는 좁게 만들면서 소변을 모았다가 배출하는 방광의 기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자칫 소변이 아예 나오지 않는 상태로 빠질 수 있다. 맥주 등 술을 많이 마시면 소변량을 크게 늘려 소변을 자주 보게 만들며 밤에 자다가도 소변이 마려워 깊은 잠을 방해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이밖에 오래 운전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도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기에 전립선 비대증에 걸리지 않는 명확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나친 육류 섭취를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비만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충분한 휴식 역시 필요하며, 너무 오래 앉아 있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건전하고 적절한 성생활도 이 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음식 조절에서는 섬유질이 많은 채소나 과일을 적정량 먹어야 하며, 생선으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밖에 된장이나 두부 등 콩으로 만든 음식도 좋다. 하지만 맵고 짠 맛이 강한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고, 카페인이 들어 있어 소변을 자주 보게 만드는 커피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이석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배웅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