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1917년 발표한 ‘양자 이론’을 응용해 마침내 1960년대에 의료용 레이저가 개발됐습니다. 벌써 50년 넘게 의료 현장에서 레이저가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은 각종 주사제 시술과 함께 미용 시술 분야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항노화 방법이 바로 레이저 시술입니다.
이 레이저는 보통 우리가 흔히 접하는 태양광선이나 전등 빛과는 다른 물리적 특성이 있는데, 우선 단일한 파장의 빛을 내보냅니다. 또 조준한 곳으로 발사되면 흩어지지 않고 곧바로 직진합니다. 태양광선은 프리즘을 통과하면 우리 눈에 보이는 무지개색의 스펙트럼이 생기지만, 레이저 광선은 그 무지개색 가운데 단 하나의 색깔인 단색광을 내보냅니다. 이런 성질을 이용하면 원하는 특정 물질에만 레이저 빛이 반응하게 할 수 있는데, 의료용 레이저도 이 원리에 따라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화학물질을 투여한 뒤에 특정한 파장의 레이저 광선만 이 암세포에 쪼이면 해당 화학물질이 붙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습니다. 피부 미용 분야에서는 피부가 검게 보이게 하는 멜라닌 색소를 파괴해 주근깨, 점, 기미 등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또 피부가 빨갛게 보이게 만드는 헤모글로빈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면 평소 얼굴이 붉은색을 띠는 안면홍조증이나 혈관이 뭉쳐 있어 피부 겉으로도 붉게 드러나는 혈관종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상 피부 조직에는 거의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보면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 각종 무기가 나와 레이저에 대해 겁을 내는 사람들도 있는데, 의료용 레이저의 경우 안과에서는 각막을 깎아내 근시 등을 치료하는 데 레이저를 이용할 정도로 안전성이 확보됐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레이저에서 나오는 빛이 직진성이 강한 것을 이용하면 더 나은 피부 미용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과거에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렸을 때 관중석에서 골키퍼의 눈을 겨냥해서 쏜 레이저 빛 때문에 수비 능력을 떨어뜨려 문제가 된 것도 레이저의 직진성을 악용한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피부의 여러 층 가운데 각질이나 표피층, 즉 바깥층 밑의 진피에 있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즉 각질이나 표피층을 뚫고 들어간 레이저가 진피를 개선시켜 젊은 피부로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기미나 점 등 색소침착이 표피층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진피층에도 퍼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에도 레이저의 종류와 강도를 조절하면 이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피부를 탄력있게 만드는 콜라겐을 합성시키거나 주름 개선의 효과를 내는 데에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시술이 그렇듯 부작용이나 합병증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는 주의해야 합니다. 시술 부위에 통증이나 물집이 잡히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에 시술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손상섭 성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