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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자살사별자 10년간 70만명 “우린 시간이 멈춘 채 삽니다”

등록 2017-03-28 18:09수정 2017-03-28 21:06

복지부, 사별 29명 수기집 발간
자살 1명당 주변 5~10명 영향
슬픔·죄책감·분노 ‘복합적 감정’
“우울증 위험…자조모임 참여를”
29일부터 4월3일까지 명동성당 지하 ‘갤러리 1898’ 전시실2에서 <어떻게들 살고 계십니까> 책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일러스트 작가 고율의 그림과 책에서 발췌한 글을 합성한 작품이 전시된다.
29일부터 4월3일까지 명동성당 지하 ‘갤러리 1898’ 전시실2에서 <어떻게들 살고 계십니까> 책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일러스트 작가 고율의 그림과 책에서 발췌한 글을 합성한 작품이 전시된다.
“아들과 이별한 지도 6년이 지났지만, 남은 우리 가족은 시간이 멈춘 채로 살고 있습니다. 지금도 누가 아들 이야기를 하거나, 지나가다 비슷한 아이를 보면 한동안 멍해집니다.”

50대 후반의 아버지 정아무개씨는 6년 전 아들을 잃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해 졸업을 앞두고 있던 아들은 유서 한장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갑작스런 아들의 죽음에 정씨는 술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아들에게 명문대 입학과 같은 부모의 욕심을 강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고 싶은 나날들이 머릿속에 어른거렸다. 그는 “아버지로서 아들을 잃는 것은, 걸을 때도 두 다리에 힘이 빠지고 아무 의욕도 목표도 가질 수 없게 만드는 참혹한 형벌”이라고 말했다.

정씨의 이야기는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28일 발간한 자살사별자(자살로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난 사람)의 수기집 <어떻게들 살고 계십니까>에 실렸다. 수기집에는 지난해 실시한 자살사별자 수기 공모전을 통해 접수된 글 중 29편이 수록됐다. 정씨처럼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뿐 아니라 남편, 아내, 친구나 연인을 잃은 아픔과 그 아픔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이 오롯이 담겼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6.5명(2015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살자 1명이 발생할 경우, 가족 등 주변인 5~10명이 영향을 받는다고 복지부는 설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자살사별자는 70만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차전경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자살사별자는 가까운 사람을 갑작스럽게 잃은 슬픔뿐 아니라 죄책감이나 분노, 사회적 편견, 가중된 역할부담 등으로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은 7배, 자살위험은 8.3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산하 중앙심리부검센터 조사(2015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31.8%가 가족이나 친척, 친구, 선후배 등 주변 사람의 자살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이런 경험을 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살을 생각해본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와 전문가들은 자살사별자들이 아픔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조모임(공통의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개개인이 도움을 얻기 위한 활동을 나누는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권유한다. 현재 전국 241개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자살 유가족을 위한 심리상담과 자조모임을 지원하고 있다.(관련 문의:중앙자살예방센터, 02-2203-0053)

<어떻게들 살고 계십니까>는 31일부터 교보문고 등을 통해 2500부가 무료로 배포되며, 예스24 등 온라인 서점에서 무료전자책(e-book)으로도 볼 수 있다. 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이번 수기집 발간을 기념해,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명동성당에서 책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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