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핵을 진단받은 환자가 외과 전문의로부터 치핵이 있는 위치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한림대의대 동탄성심병원 제공
국내에서 가장 많이 걸리는 외과 질환 가운데 하나가 흔히 치질이라 부르는 치핵이다. 최근 5년 동안 한해 평균 약 65만명이 이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다. 건강보험 자료를 보면 성별 진료 인원은 거의 같고, 나이대별로는 40~50대가 많다. 주로 변비가 있으면 치핵에 걸리기 쉽고, 여성의 경우에는 임신이나 출산 등이 원인 또는 악화 요인일 수 있다. 흔치는 않지만 간경화증 같은 질환에서도 치핵이 나타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변비를 예방 및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 예방법이며, 화장실에서 너무 오래 앉아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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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다이어트 영향 무시못해 국민건강보험의 치핵 관련 통계 자료를 보면, 치핵으로 병원을 찾아 수술 등과 같은 치료를 받은 환자는 2011년 65만6천명에서 2015년 64만3천명으로 다소 줄었다. 나이대별로는 2015년 기준 40대가 13만3천명으로 전체의 20.7%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가 13만2800명이었다. 하지만 다른 나이대도 적지 않아 30대는 전체의 19%(12만1800명), 20대는 15%(9만5천명), 60대는 12%(8만100명)를 차지했다. 남성의 경우 치핵이 원래 있다가 40~50대에 과로하거나 과음, 스트레스 등에 시달려 치핵 증상이 악화돼 병원을 많이 찾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은 남성보다는 조금 어린 20~30대 환자 수가 많은데, 이는 다이어트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식사를 적게 하면 대변의 양이 줄고 또 딱딱해지면서 변비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변비는 치핵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임신을 해도 변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여성 20~30대 치핵 발병 위험을 높이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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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나 설사가 악화요인 항문이나, 대장에서 항문과 연결되는 부위인 직장에 있는 정맥의 압력 증가가 치핵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즉 변비가 있으면 변을 보기 위해 과다하게 힘을 주게 되고, 굵고 딱딱한 변이 항문을 지나가면서 항문 주변의 정맥을 손상시키기 쉽다. 이 손상이 염증을 일으켜 항문 질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설사를 하는 경우에도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과 위장 등에서 나온 소화액이 항문 부위를 자극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평소 생활습관으로 안 좋은 것은 화장실에서 신문이나 잡지 등을 읽으면서 오랜 시간 대변을 보는 것이다. 또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시면 항문 주변 혈관이 늘어나면서 치핵 질환이 생길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이 치핵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가족력, 특히 부모에게 치핵이 있다면 자녀들도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밖에 흔하지는 않지만 간경화나 복강에 생긴 종양 등과 같은 질환에서도 치핵 발병 가능성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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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변 뒤 따뜻한 물로 씻으면 좋아 치핵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변비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딱딱하게 굳은 대변을 배출하려면 과도한 힘을 주게 되고 이 때문에 항문관 주변 정맥에 혈액이 모이면서 변이 나올 때 항문관 점막이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고 물을 자주 마셔 대변이 부드러워지도록 만드는 것이 좋다. 또 배변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 바로 화장실을 가고, 필요 이상으로 오랜 시간 화장실에 앉아 있지 않도록 한다. 시간은 3~5분 안에 끝내고, 조금 덜 나왔다고 생각되면 일단 일어선 뒤 다음에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설사 역시 치핵의 발병 또는 악화 요인이므로, 치핵이 있는 경우 묽은 변이나 설사가 나오면 가급적 일찍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평소 항문을 청결하고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데, 꼭 끼는 속옷이나 바지는 항문을 습하게 하고 혈액 순환을 억제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배변 뒤에는 항상 따뜻한 물로 닦아서 혈액 순환이 잘 되게 하면 좋고, 배변 뒤 40도 정도의 물에 5분 이상 항문을 담그는 좌욕도 권장된다.
이 밖에 오랜 시간 앉아서 일을 하거나 운전을 하는 경우에도 치핵에 걸리기 쉽기 때문에, 1~2시간 일한 뒤에는 5분 정도 휴식을 취하거나 가벼운 체조를 챙기는 것이 좋다. 잦은 음주와 과로 역시 치핵 발병 및 악화 요인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김종완 한림대의대 동탄성심병원 외과 교수, 홍영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