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판매중인 담뱃갑에 표시되지 않은 발암물질이 9종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5종 일반담배 400갑을 성분 조사한 결과,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포름알데히드·벤젠·벤조피렌 등 7종과 ‘2비(B)급’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 등 5종이 검출됐다고 11일 밝혔다. 이 12종 가운데 담뱃갑에 적혀 있지 않은 발암물질이 9종이나 된다. 정부가 담배 독성 정보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암연구소는 발암물질이 사람에게 암을 유발하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1급, 암을 유발하는 근거는 제한적이지만 동물실험 자료는 충분한 경우 2에이(A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2B급은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는 제한적이며, 동물실험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다.
일반담배에서 나온 1급 발암물질 가운데 담뱃갑 겉면에 적혀 있지 않은 성분은 포름알데히드, 부타디엔, 4-아미노비페닐, 벤조피렌 등이다. 2B급 경우에도 아세트알데히드, 카테콜, 스티렌, 이소프렌, 아크릴로니트릴 등은 나와 있지 않다. 현행 표시제도는 담배사업법에 따라 담뱃갑에 니코틴과 타르는 함유량까지, 벤젠과 나프틸아민 등 7종은 성분만을 표기하도록 의무화돼 있지만, 나머지 성분은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단열재나 접착제에 많이 쓰이는 포름알데히드는 대표적인 발암물질로, 노출되면 사람의 피부와 점막을 자극해 인두염·기관지염·어지럼증·질식 등을 일으킨다. 1,3-부타디엔은 합성고무와 같은 화학제품 원료로 눈·피부·호흡기 등에 자극을 주고, 고농도로 노출되면 어지럼증·질식 증상이 나타난다. 2B급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는 어지럼증·구토·두통·호흡억제·폐부종 등을 일으키고, 카테콜은 혈액의 산소 운반능력을 떨어뜨려 호흡곤란과 사망까지 부를 수 있다. 이밖에 스티렌, 이소프렌, 아크로니트릴 등은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킨다.
식약처는 담배 연기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폐암뿐만 아니라 만성폐쇄성폐질환·폐기종·만성기관지염·관상동맥질환·치주질환·당뇨·탈모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사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전자담배의 경우 니코틴 액상이 가열과 산화를 거치면 제품에 따라 특정 발암물질의 함량이 최대 19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제품은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 성분이 액상 상태일 때보다 연기 상태에서 각각 최고 19배, 11배 높게 검출됐다. 다만 궐련담배의 연기에 포함된 발암물질보다는 농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전자담배가 궐련담배보다는 유해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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