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법 시행 앞둔 국립정신건강센터
30일 개정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강제입원 조건 엄격…인권침해 줄듯
“환자 사회복귀 등 위한 예산 늘려야“
30일 개정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강제입원 조건 엄격…인권침해 줄듯
“환자 사회복귀 등 위한 예산 늘려야“
첫 발병은 고2 때였다. 기숙사 생활과 친구, 공부가 모두 스트레스였다. 망상이 시작됐지만 심각한 줄 몰랐다. 약을 받아놓고 먹다 말다 했다. 치료를 위해 입원하기까지 8년이 걸렸다.
“겪고 보니 질병이었어요. 몰라서 여기까지 온 거지, 처음부터 알았다면 이리 오래 고생시키지 않았을 거예요.”
18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국립정신건강센터 5층 회의실. 기자들과 만난 정서경(가명)씨는 조현병을 앓는 셋째 딸을 바라보며 울먹였다. 딸은 누군가 자기 옷을 훔쳐다 크기를 바꿔놓는다는 망상에 빠졌다.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고 집에 불을 질렀다. 2년 전 센터 입원치료 뒤에야 호전됐다. 20대 후반이 된 지금은 두달에 한번 주사만 맞는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딸은 “나도 내가 아픈지 몰랐다. 상태가 나아진 뒤에야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또렷한 목소리였다.
최성구 센터 의료부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따님은) 강제입원됐고 사회와 고립됐던 경험이 있지만 이젠 환자인지 못 알아볼 만큼 호전됐다”며 “일부에선 조현병 환자의 범죄를 우려하지만 이들이 공격성을 띠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편견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고쳐 지은 지 1년 남짓 된 센터 내부는 밝고 깔끔했다. 5층 입원실은 환자가 원하면 자유롭게 외부 출입이 가능했다. 병동 한쪽에 놓인 화이트보드엔 ‘오전 10시 치과교육, 10시반 음악감상(노인/성인), 오후 1시 둘레올레(남산)’라고 적혔다. 병원 1층엔 응급실이, 2층엔 병원 내 초등학교인 ‘참다울학교’와 소아청소년진료소가 있었다.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행동발달증진센터도 갖췄다.
이곳에는 조현병 환자가 가장 많다. 조현병은 스트레스로 뇌의 신경세포 기능이 변이를 일으켜 망상에 시달리게 되는 질병이다. 암처럼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오해는 정신질환자를 격리 대상으로만 본다. 67%에 이르는 한국의 강제입원율(2014년)은 선진국(독일 17%·영국 13.5%·이탈리아 12%)과 견줘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는 정신건강복지법의 강제입원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다른 의료기관 소속 전문의가 함께 입원 여부를 진단하고, 강제입원 뒤 한달 안에 입원적합심사를 받게 됐다. 강제입원의 인권침해 소지를 줄였지만, 한편에선 법 시행 뒤 최대 19만명의 정신질환자가 퇴원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복지부는 수치가 과장됐다고 밝혔지만,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최 부장은 “정신질환은 사회적 질병이다. 인구가 서울의 10분의 1인 미국 보스턴시는 10배의 돈을 정신건강 예방과 환자의 사회복귀에 쓴다. 병원에 가두는 것보다 사회적 비용이 더 적게 드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개정된 법은 오는 30일 시행된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18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국립정신건강센터 5층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서경(가명·아래 가운데)씨와 조현병을 앓은 셋째 딸(오른쪽). 마이크를 잡은 이는 최성구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부장(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제공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국립정신건강센터 전경. 국립정신건강센터 제공
국립정신건강센터 5층 입원실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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