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지구촌 급속도 확산 우려…200년만에 평균수명 단축 올수도
“전지구적 규모의 당뇨병 해일이 덮쳐오고 있다. 아시아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은 조류독감이 아니라 당뇨병이다.”
폴 지메트 세계보건기구(WHO) 당뇨병협력센터 소장은 지난달 타이 방콕에서 열린 세계당뇨병협회 서태평양지역 회의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당뇨병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뇨병 환자 급증으로 200년 만에 평균수명 단축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제이 올섄스키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 연구팀은 당뇨병 등 만성질환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 뒤에는 영국인의 평균수명이 5년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영국 보건당국은 당뇨는 수명을 10년 이상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지메트 소장은 특히 미국 생활양식을 따르는 ‘아메리카화’ 등의 영향으로 아시아가 지구촌 건강 위기의 중심이 됐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경우, 이런 상태가 방치되면 당뇨병 환자 수가 현재 3500만명에서 2010년에는 약 8천만~1억명에 이를 것이라고 중국 <청년보>가 보도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4분의 3 이상의 중국인들이 당뇨병에 걸렸는지도 모르고 지내는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국제당뇨연맹(IDF)이 추정하는 20살 이상 성인 당뇨병 환자는 2003년 현재 1억9400만명이다. 지구촌 전체 성인 인구의 약 5%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1955년 5500만명이었던 당뇨병 환자가 약 2배인 1억명으로 늘어나는 데는 40년이 걸렸지만, 1995년 1억명에서 그 2배로 늘어나는 데는 불과 10년이 채 안 걸렸다. 2025년에는 3억명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환자의 연령층이 갈수록 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 보건과학센터가 1978~2004년 세계 각국 110건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새로 당뇨병 진단을 받은 어린이와 10대 청소년 가운데 제2형(성인) 당뇨병이 최고 45%에 이른다. 이 비율은 15년 전 3% 미만이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 조사 결과로는, 미국의 10대 200만명이 비만과 운동부족으로 정상보다 혈당이 높은 당뇨병 전단계의 증세를 보이고 있다. 청소년 14명 당 1명 꼴이다.
또 중·저소득 국가에서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 남서태평양의 나우루에서는 성인 중 당뇨병 환자 비율(2003년 기준)이 30%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가 예측한 당뇨병 환자 증가율은 2025년까지 개발도상국이 170%로, 선진국(42%)의 4배를 웃돈다.
한국의 경우 2004년 현재 당뇨병 환자는 400만명을 넘어섰다. 인구 100명 중 8.3명이 당뇨 질환을 앓고 있는 셈이다. 2025년에는 당뇨병 환자가 약 68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당뇨 치료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으면 직접적인 보건의료비용은 현재 1530억~2860억달러 수준에서 2025년에는 2130억~396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보건의료비의 7~13%에 이르는 규모이다.
당뇨병이 급증하는 이유는 고령화, 인스턴트 음식 섭취 증가 등 부적절한 식단, 운동 부족, 비만 증가 등이다. 김광원 대한당뇨병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은 “한마디로 현대인의 바쁜 생활 탓”이라고 지적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14일 ‘세계 당뇨병의 날’을 맞아 ‘정부의 더 강력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김학준 김양중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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