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팀 중증 외상환자 약 2300명 분석
사고 현장서 6~9분 머물다 옮겨진 경우 가장 생존율 높아
사고 현장서 6~9분 머물다 옮겨진 경우 가장 생존율 높아
중증 응급 외상 환자가 생겼을 때 무리하게 응급실로 이송하기보다는 사고 현장에서 일차적인 구급처치를 하는 것이 생존율을 더 높이는 것으로 해석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증 외상을 입은 환자는 무엇보다 빨리 응급실 등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일반의 상식이 그릇될 수 있다는 뜻이다.
23일 송경준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팀이 2012년 한국외상응급의료서비스에 등록된 중증 응급 외상 환자 2257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고 현장에서 6분 이상 머문 경우가 생존율이 가장 높았다. 연구팀은 환자들이 사고 현장에 머문 시간에 따라 ▲3분 미만(9.7%) ▲3분∼6분 미만(38.3%) ▲6분∼9분 미만(26%) ▲9분 이상(25.9%) 등 4개 집단으로 나눠 응급실 도착 뒤 사망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사고현장에 6∼9분 머문 중증 외상 환자의 사망률을 1로 봤을 때 3∼6분은 1.3배, 3분 미만은 1.9배로 사망률이 높아졌다. 9분 이상 머문 환자들은 6∼9분 머문 경우와 사망률이 1로 같았다.
연구 결과 또 사고현장에 머문 시간과 이송 시간을 모두 포함하는 ‘병원 도착 전 시간’으로 평가해도 같은 경향을 보였다. 병원 도착 전 시간이 0∼16분 미만인 환자들의 사망률을 1로 보면 16분∼24분 미만 1배, 24분∼32분 미만 0.9배, 32분 이상 0.7배로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망률이 낮아졌다. 연구팀은 “사고현장에서 환자를 구조하고 응급처치를 하는 시간이 병원 도착 전 시간을 길어지게 했지만, 결과적으로 생존율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며 “중증 외상 환자가 발생했을 때 무조건 병원으로 옮기려고 하기보다는 환자의 상태를 살펴 심폐소생술이나 지혈 등 응급 조치를 한 뒤 병원으로 옮기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응급의료 분야 국제학술지인 <병원 전 응급처치> 최근호에 실렸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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