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비정형 광우병 소도 사람에게 전염 가능”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비정형 광우병 위험 지적
“광우병 원인물질인 프리온이 살코기에서도 발견”
고령 소라지만 미국의 경우 이력 추적 안 되는 문제

광우병 전문가들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살림 서울 교육장에서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5번째 광우병 소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기호 변호사, 홍하일 수의사,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

“2012년과 2015년 브라질에서 이른바 ‘비정형 광우병’에 걸린 소가 나왔을 때 쇠고기 수입을 중단했습니다. 미국에서 비정형 광우병이 나온 현재도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해 마찬가지로 조처해야 합니다”

26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살림 서울 교육장에서 열린 ‘미국의 5번째 광우병 발병 사태에 대한 전문가 기자설명회’에서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비정형(비전형) 광우병이라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광우병의 경우 크게 동물성 사료를 먹여서 걸리는 정형(전형) 광우병과 소의 나이가 많아지면서 생기는 비정형으로 나누는데, 이번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발견된 비정형 광우병 소도 쥐나, 양, 인간 등 영장류 등에 광우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비정형의 경우 원인물질이 근육 즉 살코기에도 퍼져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광우병의 원인물질인 변형 프리온은 정형 광우병의 경우 중추신경계나 편도 등에 집중돼 있는 반면 비정형은 질병이 발견되는 시기에 중추신경계는 물론 이미 말초신경과 근육에서도 변형 프리온이 발견된다”며 “비정형의 경우 소의 살코기는 안전하다는 광우병에 대한 지식을 뛰어 넘기 때문에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강력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정형 광우병이 줄면서 비정형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전문가들은 “미국의 5번째 광우병 소의 발생 원인 등을 명확히 파악해 쇠고기의 안전성이 확립될 때까지 미국산 쇠고기 검역 또는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광우병에 걸린 미국 소는 11살로 국내에는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고령소에서만 발견되는 비정형 광우병이 30개월 이상 소만 수입이 가능한 국내에 들어올 여지는 없다”며 “발생지역 역시 국내로 수입이 허가된 지역이 아니므로 수입금지 조처를 검토할만큼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홍하일 수의사는 “미국은 유럽과 일본,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소에 대한 이력추적제를 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에서 하고 있는 치아 감별만으로 소의 나이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력추적제의 미실시와 함께 역학조사의 미비로 5번째 광우병 소가 어느 농장에서 어떤 사료를 먹고 자랐는지, 같이 자란 소들의 상태는 어떤지 밝혀지지 않았다. 홍 수의사는 “2012년에 미국에서 4번째 광우병 소가 나왔을 때도 원인을 밝히는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력추적제의 미실시와 같은 체계에서는 광우병 발생소의 새끼나 같이 자란 소들에 대한 조사를 시행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광우병 감시체계에 적지 않은 허점이 있다며 쇠고기 수입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1년에 약 3천만 마리의 소를 도축하면서 4만 마리만 검사를 하기 때문에 광우병 소를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송기호 변호사는 “타이완의 경우 내장과 분쇄육 등 비위생적이며 광우병 위험이 있는 부위를 수입금지품목으로 지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미국 정부와의 협의로 분쇄육 등을 수입금지시키고 30개월 미만 수입이라는 원칙도 민간업체의 자율 방식이 아니라 국가 간 협의로 관철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분쇄육 등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햄버거 쇠고기 패티 등의 원료로 대장균 O157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방준호 기자, 김진완 교육연수생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