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에 걸린 천재 수학자 존 낸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뷰티불 마인드>의 한 장면. 조현병 발병 이후에도 치료를 받으며 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꾸준히 했고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현병은 뇌의 질병으로 지각, 사고, 인지 기능 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정신질환이다. 예전에는 정신분열병으로 불렀으나, 이 병명이 사회적인 이질감이나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에 따라 2011년 조현병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조현’은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뜻으로, 조현병 환자의 모습이 마치 현악기가 정상으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인다는 뜻에서 비롯됐다. 이 질환은 주로 1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에 나타나며,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는 환자 수는 30~50대가 많다. 전문의들은 조현병이 약물 등으로 충분히 치료될 수 있는 질환으로 조기 발견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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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부터 발병해 40대 환자 수가 가장 많아 조현병으로 진료를 받는 사람은 최근 큰 변화가 없어 2012년 한해 10만980명에서 지난해 10만6860명으로 5880명이 늘었을 뿐이다. 한해 평균 1.42%씩 늘어난 셈이다. 성별로는 남녀 환자 수가 거의 같은데, 지난해 기준 여성 환자 수가 5만6525명으로 전체의 53%를 차지해 남성 환자의 비율인 47%보다 많았다. 나이대별 진료 인원은 40대가 2만9262명으로 전체의 27.4%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 2만2391명(21%), 30대 2만1135명(19.8%) 순이었다. 조현병은 전세계에서 인구의 1% 정도로 일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국내 환자 수는 약 5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어 여전히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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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느끼는 망상과 환각이 대표적인 증상 조현병 증상은 크게 양성 증상과 음성 증상으로 나눠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는 환각이나 사실이 아닌 것을 믿는 망상이 대표적인 양성 증상이다. 망상은 ‘누군가 나를 해치려 한다’고 믿는 피해망상,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얘기를 수군댄다’고 믿는 관계망상 등이 대표적이다. 환각은 여러 사람이 환자에 대해 얘기하는 소리를 듣는 환청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망상과 환각 외에도 무더운 날에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것과 같이 부적절하거나 혼란스러운 생각 또는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직장이나 학교 생활은 물론 일상생활도 힘들어진다.
이에 견줘 음성 증상은 감정 표현이 없어지고 말수나 행동이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혼자만 있으려 하거나 표정이 없어지는 것과 같은 증상이 대표적이다. 조현병이 심해지면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10명 가운데 2~4명이 이에 해당하고 이들 가운데 약 10%는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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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에 진단해 치료받으면 일상생활 가능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조현병은 조기에 진단해 치료를 받으면 별다른 장애 없이 사회로 복귀가 가능한 질병이다. 하지만 너무 늦게 치료를 시작하거나 치료를 받다가 중단해 재발한 경우에는 그만큼 치료가 어렵다.
조현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항정신병약물을 이용한 약물치료다. 약물치료는 조현병과 그 증상 자체를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주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나아가 조현병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조현병 치료는 수년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환자에게 잘 맞는 약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칫 바쁜 일상생활 등을 이유로 중간에 약 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1회 투여로 약효가 1~3개월 지속되는 치료제도 나와 환자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약물치료 외에도 망상이나 환각 증상의 완화를 위한 인지행동치료를 비롯해 조현병 환자와 함께 지내는 환자 가족을 위한 교육 등도 필요하며, 사회로 복귀했을 때 다시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직업재활 등의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동청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