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겸 가수 최시원씨의 반려견에 물려 치료를 받다가 엿새 만에 패혈증으로 숨진 김아무개(53·여)씨 혈액에서 녹농균이 검출됐다는 한 언론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해당 의료진으로부터 나온 설명은 아니며, 김씨의 유가족이 고인의 혈액 검사 결과에서 녹농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패혈증의 경우 원인 세균을 밝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드물지 않은데, 일단 녹농균이 검출됐기 때문에 김씨의 사망 원인 세균은 녹농균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녹농균이 원인 세균이라면 이 균이 어디에서 유래됐는지가 김씨의 사망 원인을 밝히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해당 개의 입 안에 녹농균이 있었고 고인을 물었을 때 옮겨졌다면 그동안 알려진 것처럼 개가 문 것이 사망 원인일 수 있으나, 다른 곳에서 녹농균에 감염됐다면 고인을 죽음에 빠뜨린 이유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관련 전문의들에게 녹농균이 패혈증 및 김씨의 사망 원인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관련 전문의들은 김씨의 경우 부검도 없이 화장을 했기 때문에 현재 밝혀낼 수 있는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추정만으로 고인의 사망 원인을 함부러 논할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요.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녹농균은 흙이나 물, 동물 또는 사람의 피부 등에서 발견되는 세균으로 산소가 비교적 적은 환경에서도 번식이 가능하다”며 “병원내 감염의 원인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지만 개의 입 안에도 존재하는 등 다양한 환경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녹농균의 존재만으로 사망 원인을 단언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떤 경로로 감염됐든 녹농균의 경우 다른 세균들처럼 주로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평소 건강했던 사람도 이 세균에 감염되지만, 예를 들면 심한 당뇨가 있거나, 항암제 치료를 받거나, 면역질환 등을 앓고 있거나, 임신부·영유아·고령자 등이 감염되기 더 쉽습니다. 관련 전문의들은 개 등에 물리면 침을 통해 개 입에 사는 세균이 전파될 수 있으며, 사람의 피부에 사는 세균이 근육이나 뼈 등으로 전파될 수도 있는 만큼 곧바로 의사를 찾아 치료를 받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감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은 상처라고 방심하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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