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국종 교수가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 병사의 회복 상태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 등 중증 외상환자 돌보기에 여념이 없을 이국종 교수님께, 한때 의학을 공부한 의사인 동시에 언론인으로서 글을 씁니다. 먼저 수년 전 보건복지부가 연 기자간담회에서 매우 수줍은 모습으로 중증외상센터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던 이 교수님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당시 복지부나 응급의학회 간부들이 억지로 끌고 나왔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이 교수님은 언론을 꺼려하셨습니다.
이런 기억 때문에 최근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직접 자신이 치료한 북한 병사의 상태를 설명하는 모습은 사실 조금 낯설었습니다. ‘그 시간에 중증 외상 환자를 돌봐야 할 텐데, 또 억지로 나왔겠구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환자 상태를 설명하던 장면에서는 총상을 당한 북한 병사를 살리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또 소장 등에 들어 있던 회충 등 기생충, 총상으로 흘러나온 분변이 복강 내부를 오염시킨 상황, 위장에 든 옥수수 등 음식물 등은 환자 상태에 영향을 주는 요소이기에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수 있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이 교수님을 잘 아는 한 아주대 의대 교수도 “회충이 봉합한 상처 사이로 나오면 덧날 수 있기 때문에 한 마리도 남김없이 잡아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뒤 언론은 북한 병사의 기생충이나 옥수수 얘기를 크게 보도했습니다. 이에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북한 병사의 인격이 ‘테러’를 당했다는 말로 비판했다가 지난 23일 이 교수님께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김 의원의 비판이 이 교수님을 향했다는 말도 있지만, 반대로 김 의원은 언론이 이 교수님의 말을 곡해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심각한 외상을 입어 병원에 실려온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이 교수님께 ‘환자의 인권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 환자가 북한에서 온 병사이거나 ‘석해균 선장’이거나 다른 나라 국민이었다고 해도 이 교수님은 마찬가지로 설명했을 것입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신경써야 할 부분은 아닐 수 있습니다만,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언론은 각 사의 보도 태도에 따라 똑같은 말이라도 여러 갈래로 해석한다는 점입니다. 환자의 생명과 인권을 따로 떼어내서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이 교수님이나 김 의원님 모두 북한 병사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자고 치료하거나 말하고 있음은 틀림없습니다. 오히려 일부 언론이 두 분의 갈등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환자의 개인 질병정보 보호가 우선이냐, 아니면 공적인 이익을 위해 이를 공개할 수 있느냐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계 안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1990년대 이전에나 찾아볼 수 있었던 기생충 감염을 공개하는 것은 환자의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으며, 성형수술이나 특정 질병에 대한 치료처럼 환자의 동의없이 환자의 의료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습니다. 물론 다른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병원체 감염처럼 기생충 감염 또한 공개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환자 상태에 대한 정보 공개는 인권 침해’라는 문제를 제기한 여러 의사들도 기본적으로 이 교수님을 존중하기에 이 사안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보탠 것으로 압니다. 자신이 하기 힘든 일을 하는 의사가 ‘환자의 질병 정보 보호에 무관심하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다른 누구보다 동료 의사가 더 아프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30일치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도 외상센터에서 일하면서 그동안 얻은 것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 교수님은 중증외상센터에서 함께 일한 동료한테 공을 넘겼습니다. 이 땅에서 함께 환자를 돌보면서, 환자의 질병 정보 등 인권을 얘기하는 의사들과 거리낌없이 논의하면서 해답을 찾아가길 기대해 봅니다. 또 지금껏 그랬듯 일용직, 배달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등 일하는 환경이 더 열악해 중증 외상을 당하기 쉽지만 병원 문턱이 높은 이들을 치료하고, 또 중증외상센터의 인프라를 갖춰가는 일에도 여전히 매진해 주시길 부탁드려 봅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