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뇌성마비 오진을 받고 10여년간 누워서 지낸 환자가 약을 바꾼지 일주일 만에 스스로 걷는 일이 벌어지면서 ‘세가와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뇌성마비 진단을 받고 10여년 동안 입원 치료를 받던 환자가 다른 치료법을 쓴 뒤 일주일 만에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된 사례가 알려지면서 세가와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전성 질환인 세가와병은 주로 아동한테 나타나는데, 1970년대 중후반에 일본인 소아과 의사인 세가와 마사야가 발견해 ‘세가와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표적 증상은 점차 근육이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유전성 진행형 근육 긴장이상’으로 불리기도 한다.
6일 의료계의 말을 종합하면, 주로 10살 이전의 아동한테 발견되는 세가와병은 근육이 작동하기 위한 근육 긴장이 일어나지 않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뇌의 문제로 근육 마비가 오는 소아마비 또는 뇌성마비나 뇌의 퇴행성 변화로 나타나는 파킨슨병 등과 증상이 비슷해 관련 전문의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주요 증상은 발부터 시작해 다리 근육의 긴장 이상으로 점차 걷지 못하게 되며, 저녁에 증상이 심해졌다가 자고 난 아침이면 증상이 다소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육 긴장 등이 일어나려면 신경전달물질이 필요한데, 이 전달물질을 가운데 도파민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이 질환은 생긴다. 유전성 질환이다보니 환자는 극히 드물어 인구 100만명당 1명 꼴로 발생한다. 남성에 견줘 여성 환자가 다소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도파민이 생성되지 않아 발생하는 질병이기에, 이를 공급해주면 치료가 된다.
이번에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3살 때 뇌성마비 오진을 받고 10여년을 누워서 지낸 뒤, 약을 바꾼 지 일주일 만에 스스로 걸어 화제를 모은 환자도 도파민의 도움을 얻었다. 이 환자가 오진으로 10여년 동안 입원 생활을 한 것에 대해 비판이 많은데, 의료계에서는 희귀 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단하는 인력이나 시설이 없는 상황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명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진담검사의학과 교수는 “세가와병은 희귀질환 중에서도 매우 드문 극희귀질환에 해당하는 병”이라며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국외에서도 오진되거나 진단이 되지 않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유전성이 강하기 때문에 한 환자가 진단되면 그의 가족을 대상으로 극희귀질환 유전자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외 사례에서는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40년까지 이 질환을 판정하지 못하고 다른 질환으로 오진해 불필요한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세가와병의 오진 사례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에도 희귀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세가와병과 같이 극히 드문 희귀질환이 의심될 때 환자를 의뢰할 수 있는 희귀질환센터를 가지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 아동 희귀질환에 대해 의뢰할 수 있는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인데, 진단이 되지 않는 증상을 보일 때에는 의뢰를 할 수 있는 센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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