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수첩’ 홈페이지 메인화면.
광고 기업 불매운동에 PD 가족사진 공개도
“국익도 중요하지만 이성적 토론 고민해야”
“국익도 중요하지만 이성적 토론 고민해야”
황우석 교수팀의 윤리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비이성적인 쪽으로 흐르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22일 황 교수팀의 난자 채취 문제 등을 보도했던 <피디수첩>에 대해 마녀사냥식 공격을 가하고 나섰다. 또 황 교수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을 ‘매국’ 행위로 몰아가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언론학자 등 전문가들은 사회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려면 비이성적·감정적 애국주의에 빠지지 말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성찰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24일 황 교수의 기자회견을 통해 <피디수첩>의 보도내용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많은 누리꾼들은 이 프로그램에 광고를 내보내는 업체들의 명단과 전화번호를 인터넷에 올려 ‘불매운동’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각 업체들에 항의전화 등이 빗발쳐, 25일 이 프로그램의 12개 광고주 가운데 11개 광고주가 광고 중지를 요청했다. 누리꾼들은 또 인터넷에 이 프로그램 담당인 ㅎ아무개 프로듀서의 가족 사진을 공개하고 “가족들을 다 죽여라”는 등의 글들을 올렸다. 이로 인해 이 프로듀서 가족들은 바깥 출입도 하지 못하고 있다. 황 교수와 관련해 윤리 문제를 제기했던 민주노동당 게시판에도 이날 오후 현재 200건 이상의 비난 글이 올랐다.
<문화방송> ‘피디수첩’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
전문가들은 누리꾼들이 익명성에 기대 감정적 민족주의를 분출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황 교수 연구의 공과를 신중하게 따지지 못하는 언론의 태도가 이런 과격한 반응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엔지오학과 교수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사안의 실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안을 보도한 특정 방송을 가상의 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공격하면서 감정적인 민족주의를 배설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사이버상의 익명성을 이용해 여론몰이에 동조하기보다는 사실과 의견을 정확히 분리해서 판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애초 언론이 황우석 교수의 난자에 대한 의혹을 전혀 다루지 않고 찬양 일색으로 ‘황우석 신드롬’만 키운 것이 문제”라며 “국민들이 <피디수첩>에 대해 보이는 맹목적이고 국수적인 반응의 책임은 결국 일차적으로 언론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한국언론정보학회장)는 “<피디수첩> 보도는 언론의 책무인 비판기능에 따라 당연히 보도했어야 할 사안으로 본다”며 “지금 당장은 비판이 쏟아지지만 멀리 보면 황 교수 연구에 건강성을 보태는 계기가 될 것이며,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막연한 국익 논쟁보다는 윤리 문제와 여성의 건강권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 차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척수를 다쳐 장애인이 된 김종배(미국 피츠버그대 재활기술학과 연구원) 박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이 ‘줄기세포연구로 큰 혜택을 입을 수 있는 척수손상인’이라고 밝히고 “개인적으로는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지만, 인권과 윤리 문제를 무시하고 무조건 난자를 기증하자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분명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선희 정혁준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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