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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노안 진단해드립니다, 눈앞 10㎝에 이 기사를 놔보세요

등록 2018-02-01 20:29수정 2018-02-01 22:22

[김양중의 건강 이야기] 노안 자가 진단법
* 누르면 확대됩니다.

가까운 곳 안 보이는 노안 감별
원시 진단용 ‘적록 테스트’보다
‘10㎝ 테스트’ 해보는 게 더 정확

눈의 노화, 20살 지나면 시작돼
30대 후반~40대 초반에 증상
시야 흐릿, 어지럼증 등 생기기도

돋보기안경 고를 땐 ‘도수’ 주의
너무 높으면 눈 근육 퇴화 촉진
낮으면 만성피로 시달릴 수 있어

최근 인터넷 등을 통해 노안을 쉽게 알아보는 ‘적록 테스트’가 소개되고 있다. 적색 바탕과 녹색 바탕에 쓰인 글씨 가운데 녹색 쪽의 글씨가 더 잘 보이면 노안이라는 것이다. 원래 적록 테스트는 원시 여부를 알아볼 때, 혹은 원시 교정이 적절히 이뤄졌는지 살필 때 쓰인다. 다만 노안도 가까운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원시와 증상이 같으므로 이 테스트를 통해서도 노안 여부를 알 수 있지만, 좀더 정확한 노안 판단을 위해서는 ‘10㎝ 테스트’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적록 테스트는 원래는 원시 진단용 교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근시이거나 교정을 너무 과하게 한 원시의 경우 적록 테스트를 해보면, 적색 배경의 글자가 더 뚜렷하게 보인다. 반대로 교정이 과한 근시인 경우이거나 교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원시에서는 녹색 배경의 글자가 더 잘 보인다.

적록 테스트는 적색과 녹색빛 파장의 특성을 이용해 원시를 점검하는 방법이지만 노안의 유무 역시 알아볼 수 있다. 정상 시력인 경우 같은 빛이라도 파장이 긴 적색은 망막 뒤쪽에, 파장이 짧은 녹색은 망막 앞쪽에 초점이 맺힌다. 이 때문에 적색을 보기 위해서는 망막에 상이 맺히도록 눈의 수정체가 두꺼워진다. 반대로 녹색은 망막 앞에 초점이 맺히기 때문에 수정체가 납작해진다. 노안이 오면 수정체와 수정체를 조절하는 근육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수정체를 통한 빛의 굴절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파장이 짧은 녹색 바탕의 경우 정상 시력이라면 망막 앞쪽에 초점이 맺혀야 하는데, 노안으로 초점이 뒤에 맺혀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물론 원시가 있는 눈에서도 녹색 배경의 글자가 적색에 견줘 선명하게 보인다.

물체의 상이 망막 뒤에 맺힌다는 점에서는 원시와 노안이 모두 같기 때문에, 두 증상 모두 볼록렌즈, 즉 돋보기안경으로 교정하므로 혼동할 수 있다. 차이점은 원시는 초점을 맞춰주는 수정체의 조절력에 견줘 안구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을 때 나타나며, 노안은 수정체 두께를 조절해주는 근육이 약해지거나 수정체의 탄력성이 떨어져 조절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10㎝ 테스트’가 더 정확할 수 있어 적녹 테스트는 안경을 맞출 때 굴절검사를 하면서 본인에게 적절한 도수를 정한 뒤 어느 색이 더 잘 보이는지에 따라 도수를 조금씩 더해주거나 빼줄 때 활용한다. 곧 교정이 지나치게 혹은 부족하게 이뤄졌는지 판별하는 데 이용하는 것이다. 노안이 찾아와 돋보기 처방을 할 때도 이 방식을 적용하므로 이것이 마치 노안 테스트처럼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안과 전문의들은 이 적록 테스트보다는 ‘10㎝ 테스트’를 해볼 것을 권장한다. 이는 눈앞 10㎝ 거리에 신문을 놓았을 때 잘 보이지 않아 신문을 더 멀리 보낸 뒤 잘 보인다면 노안을 의심하는 것이다. 스스로 10㎝ 테스트를 한 뒤 깜짝 놀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 멀리 있는 것이 보이지 않아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심지어 시력교정술까지 받았는데도 갑자기 코앞에 있는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는 것이다. 또 이 현상이 ‘노안’의 증상임을 알게 되면, 상당수는 벌써 노안이 왔다는 충격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눈의 노화는 20살이 넘으면 시작되고,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에는 실제 생활 속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눈의 피로나 어지럼증도 노안의 증상 최근에는 눈의 본격적인 노화가 시작되기 전인 20~30대 초반에서도 노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기도 하며, 오랜 시간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가까이 있는 대상이 잘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 노안의 대표적인 증상인데, 눈이 쉽게 피로해지거나 눈이 자주 침침하고 흐릿해지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또 가까운 거리가 잘 보이지 않아 보려고 노력하면서 눈의 피로감이 증가하고 어지럼증이나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종종 라식이나 라섹 등 시력교정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노안이 오지 않는다고 여기기도 하나, 이들도 나이가 들면 똑같이 노안이 찾아온다. 라식 및 라섹은 각막을 수술한 것이고 노안은 수정체의 노화 현상으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경 착용이 가장 손쉬운 해결책 노안은 노화 현상으로 원래대로 복구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노안의 치료는 평소 생활 속 불편함을 개선하는 데 역점을 둔다. 대표적인 방법이 흔히 돋보기안경이라고 부르는 근거리용 안경을 쓰거나 수술이다. 근거리용 안경 착용은 가장 좋은 노안 해결법인데, 안경을 고를 때에는 수정체를 조절하는 눈 근육의 남아 있는 힘과 수정체 혼탁 및 경직의 정도에 따라 노안의 정도가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평소 근시인 경우에는 안경 도수를 조금 낮추면 되고 시력이 정상이거나 원시의 경우는 돋보기를 이용하면 된다. 너무 높은 도수의 돋보기를 쓰면 남아 있는 눈 근육의 조절력을 사용하지 않아 노안이 더 심화될 수 있으며, 너무 낮으면 눈의 모자라는 조절력으로 억지로 가까운 곳을 보려고 무리를 해 만성피로까지 생길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이미 안경을 쓰고 있는 경우 근거리 안경을 또 쓰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다초점 렌즈를 쓰는 경우도 많다. 다만 초기에는 이 다초점 렌즈에 적응하지 못해 낙상이나 운전 중 사고 등을 낼 수 있다. 노안도 나이가 들수록 진행하므로 2~3년에 한번씩 검사해 필요하다면 돋보기안경을 교체해야 한다.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사람들은 다초점 콘택트렌즈 사용도 고려해볼 만한데, 안구건조증의 유무나 각막 형태, 각막 두께 등을 확인해 적절한 다초점 렌즈를 골라야 한다.

백내장과 함께 왔다면 수술치료로 노안을 교정하는 수술 치료법은 20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눈 상태에 따라 효과가 다르며 노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 교정이 됐어도 나이가 들면서 다시 노안이 재발할 수 있다. 먼저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거나 독서나 근거리 업무가 많은 40~50대는 ‘노안 라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노안 라식은 시력을 교정하면서 동시에 각막 표면을 조작해 초점의 범위를 넓혀주는 수술법과 두 눈의 시력 차이를 만들어 한 눈은 원거리, 다른 한 눈은 근거리로 초점을 맞추는 방법이다. 문제는 보통 3~5년 정도 효과를 보다가 노안 증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각막에 얇은 필름을 넣거나 물방울 모양의 작은 렌즈를 삽입해 노안을 교정하기도 한다. 물론 각막 두께나 형태가 수술에 적합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노안과 함께 백내장이 있다면 이를 동시에 해결하는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할 수도 있다.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야가 흐려지는 백내장을 수술할 때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한 뒤 인공 수정체를 넣는데, 이때 원거리와 근거리 시력을 동시에 회복할 수 있는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넣는 것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권영아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안과 교수, 류익희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안과 전문의), 박종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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