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시험 공지 미흡·합격기준 모호
52명 중 65%인 34명만 정규직으로
다른 곳에 비해 전환비율 너무 낮아
일부 비정규직 팀장은 강등시켜
52명 중 65%인 34명만 정규직으로
다른 곳에 비해 전환비율 너무 낮아
일부 비정규직 팀장은 강등시켜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한국건강증진개발원(건강개발원)이 최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상당수를 그만두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팀장이었던 비정규직이 팀원으로 강등되는 등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건강개발원은 운동·영양·금연 등 건강증진 정책에 필요한 연구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건강개발원 쪽 말을 종합하면, 개발원은 지난 2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인사 조처를 했다. 지난달 비정규직 52명을 대상으로 ‘정규직화 시험’을 치렀는데 이 가운데 탈락한 18명은 남은 계약기간에 따라 지난달 말부터 6월까지 모두 퇴사해야 한다. 개발원의 정규직화 비율은 응시자의 65%에 그쳤는데, 이는 복지부 산하 다른 기관에 견줘 매우 낮은 편이다.
실제 김상희 의원이 각 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우 전체 비정규직 가운데 107명이 정규직 전환 시험에 응시해 95명(전체의 89%)이 합격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또 사회보장정보원의 경우 64명 가운데 61명(전체의 95%)이, 국제보건의료재단은 기존 6명의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4명의 정규직을 더 채용할 계획이다. 보건복지인력개발원의 경우 38명의 비정규직 가운데 37명이 정규직 전환 시험을 치렀으며 37명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정규직 전환을 위한 시험이 비정규직에게 제대로 공지되지 않은데다, 전환되는 인원이나 시험의 합격 기준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혔다. 이번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퇴사한 한 연구원은 “‘직급별 또는 직무별 평균’이라고만 했을 뿐 사전 고지된 명확한 선발 인원, 합격 기준이 없었다. 대략 절반 정도 탈락시키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선 또 비정규직 팀장 4명이 팀원으로 강등됐다. 근무평점 등에서 상위 점수를 받았는데도 탈락한 이도 있었다. 개발원의 주요 부서 중 하나인 국가금연지원센터의 경우 30명 가운데 10명이 퇴사하게 됐다.
건강개발원 관계자는 “평가의 객관성,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채용대행 업체에 위탁해 인사부서나 인사권자의 개입 여지를 차단했다. 팀장에서 탈락한 비정규직의 문제도 지난 원장 시절 비정규직 팀장 비율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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