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 사진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제공
“담배의 제조 및 판매가 금지되는 날까지 금연 운동할 겁니다. 나중에 은퇴했을 때 담배가 사라져 박물관에 역사적 유물로 전시되면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담배 피우던 시절이 얼마나 미개했는지 가르치고 싶어요.”
세계 금연의 날인 31일 <한겨레>와 인터뷰한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장의 말이다.
협의회는 전날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서 회장은 인제대 백병원에서 가정의학과 교수로 일하며 금연 치료 등을 해 오다가 현재는 국립암센터에서 금연치료 의사로 일하고 있다. 2010년부터 협의회장을 맡아왔다.
“우리나라에서 금연 운동이 없었던 30년 전을 생각해 보면, 그 사이 금연에 대한 인식과 흡연의 폐해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지식 수준은 놀라보게 높아졌어요.” 그땐 금연 구역이 아예 없었고, 기차나 버스는 물론 안방에서 자녀 앞에서 흡연하는 것도 자연스런 모습이었단다. “당시엔 군대나 대학을 가면 담배는 꼭 피워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었어요. 흡연이 성인의 상징이라는 거죠. 성인 남성 흡연율도 80%를 넘었어요.” 지금은 성인 남성 흡연율이 40% 근처로 떨어졌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흡연이 ‘정상’이 아닌 ‘비정상’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한 것은 큰 성과”라며 “성인 남성 흡연율을 지금보다 절반 정도로 낮추고, 특히 흡연이 더 해로운 청소년이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운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협의회가 탄생한 88년은 서 회장이 77년 대학에 들어가면서 피우기 시작한 담배를 끊은 해이기도 하다. “88년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당시 미국 요구대로 정부가 양담배 수입 제한 조치를 풀려고 했어요. 이를 저지하는 투쟁을 하다 끊었죠.” 이때 성명서 작성을 위해 담배의 폐해를 공부하다 담배에 69종의 발암물질이 있어 폐암 등 각종 암과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의 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았단다.
지난 30년 성인남성 흡연율이 절반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견줘보면 흡연율이 높은 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보면 흡연은 전세계에서 한해 7백만명 이상을 죽음으로 몰고 있다. 이 가운데 약 90만명은 간접흡연 희생자다. 한국도 여전히 한해 약 6만명이 흡연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협의회는 담뱃값 인상과 소매점에서의 담배 광고 규제가 이뤄져야 하며, 장기적으로 담배의 제조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 회장은 “소매점에서의 담배 광고는 2013년에는 한 가게 당 평균 6.3개가 있었지만 지난해는 30개로 늘었다. 담배 광고가 소매점 이용 청소년을 흡연자로 만들 수 있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4500원인 담뱃값은 오이디시 평균치인 약 8천원에 견줘 절반 수준이어서 지속적으로 올려 평균치까지 가야 한다고도 했다. “발암물질이 든 식품은 시장에서 아예 퇴출됩니다. 69종의 발암물질이 든 담배는 아예 생산하지 않고 판매도 금지해야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어요.”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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