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사과방송하기까지
<문화방송>이 ‘피디수첩’의 취재 윤리 논란과 관련해 4일 밤 대국민 사과방송을 한 것은 방송사상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문화방송은 이날 밤 9시 ‘뉴스데스크’ 머릿기사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데 이어, <와이티엔>의 화면을 직접 인용하며 피디수첩의 취재윤리 위반과 관련한 뉴스를 네 꼭지나 잇달아 보도했다. 표현 방식도 “머리 숙여 거듭 사과한다”는 등 시종 정중한 태도로 일관했다.
문화방송이 이렇게 와이티엔 보도 직후 발빠르게 사과한 것은 피디수첩 취재 내용의 진위에 대한 시비가 일고 있는 상황에서 취재윤리 문제까지 불거지면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방송은 이날 오후 3시 와이티엔에서 관련 보도를 한 직후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오후 4시께 사과문 발표를 결정했다.
문화방송의 고위관계자는 이날 사과문 발표 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방송이 나가면 우리가 어떤 일을 당할지 명확하다”면서 “진위 논란을 해결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안타깝지만 우리는 한발 물러서고 과학계 등 다른 곳에서 검증이 이뤄질 수 있게 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문화방송 내부에서는 지난주 화요일 피디수첩의 첫 보도 이후 누리꾼 등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후속보도 여부와 수습책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피디수첩 쪽은 후속 보도를 강행한다는 태도를 고수했으나 경영진과 보도국 쪽은 이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차에 와이티엔이 미국 현지 인터뷰를 통해 연구원들의 입을 빌려 취재윤리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자 이를 빌미로 전격적으로 사과문 발표와 함께 후속 방송 유보를 결정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피디수첩 취재과정에서 무리가 있었다는 보도가 처음 제기된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런 해석은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문화방송의 사과 방송 이후 피디수첩 제작진 쪽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일체 공식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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