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조작’ 파문] “상용화 압박감 해소 하려고 논문 조작”
〈문화방송〉 ‘피디수첩’ 후속편이 긴급히 편성돼 15일 밤에 방영되자 논문 조작설을 처음으로 터뜨린 제보자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방송 피디수첩팀이 황우석 교수 논문 진위 여부 취재에 들어간 것은, 지난 6월1일 피디수첩팀에 온 전자우편 제보가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제보자 ㄱ씨는 2005년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2004년 〈사이언스〉 논문 공동저자로 황 교수의 연구내용을 소상하게 알고 있던 인물이다. 제보 내용은 황 교수팀이 체세포 배아줄기세포를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 뼈대다.
제보를 받은 순간, 한학수 피디는 큰 혼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한 피디는 제보자가 이것으로 특별한 이익이 돌아갈 것도 없고, 단순히 개인감정으로 거짓제보를 할 인물로 보이지 않아 취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제보자 ㄱ씨는 15일 방영된 프로그램에서 피디수첩팀과 만나 “황 교수님이 원래 미즈메디에 잉여로 갖고 있던 11개 체외수정 배아 줄기세포를 이대로 썩혀서는 안 되겠다고 설득해서 윤현수 선생 주도 아래 체세포 이식된 배아줄기세포로 탈바꿈을 한 거죠”라고 밝혔다. 이는 체세포로 만든 맞춤형 배아줄기세포가 없다는 충격적인 증언이다.
제보자는 황 교수가 이렇게 한 것이, 상용화로 나아가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황 교수님이 2004년 2월 논문만으로는 그걸 경제화시키지 못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2004년 2월 논문은 어떻게든 체세포 핵이식을 해서 복제를 했다고는 하지만 ‘처녀생식 돌연변이’ 가능성을 완전 배제했다고는 할 수 없는 논문이고, 그것 하나만으로는 효율성이 너무 낮아 사람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굉장히 심했다”는 것이다.
이 제보자는 황 교수가 그 압박감을 한번에 해소하기 위해 10년 뒤에야 가능한 기술인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을 조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보 이유에 대해 “2004년 2월 (논문을) 끝내고, 황 교수님도 이걸로 인해 과학자로 재정립을 하고, 그것만으로도 꽤 명성을 얻었고 그러면 존경받으시고 사시면 되는데 문제는 2005년 5월 논문이었다”며 “이건 도저히 양심을 가진 사람으로 저건 사실이 아닌데 저렇게 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황 교수 연구팀에 있었던 또다른 제보자 ㄴ씨도 피디수첩팀과 만났다. 그 역시 황 교수팀에서 일해 온 핵심 여성연구원이다. 그는 권력화, 신격화되고 있는 스승을 두려워하는 듯한 말을 했다.
“대중들한테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해 설득해도 설득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황 교수님이 지금은 굉장히 세력이 크고 권력이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죠”라고 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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