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하자마자 ‘미끄럼’ 황우석 쇼크가 바이오·벤처 기업 등이 포함된 코스닥 시장에 큰 충격을 준 16일 한 바이오 테마주가 개장과 동시에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줄기세포 조작’ 파문] 줄기세포 관련 없는 업체까지 ‘불똥’
“초기 성장단계 걸림돌 될까” 전전긍긍
“업체 옥석 가려질 기회” 긍정 분석도
“초기 성장단계 걸림돌 될까” 전전긍긍
“업체 옥석 가려질 기회” 긍정 분석도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줄기세포 진위 논란이 번져가면서, 올들어 ‘황금기’를 구가하던 바이오(생명공학) 벤처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말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관련 연구성과가 발표된 이후, 코스닥의 제약업종 지수는 올들어 150% 이상 급등했고 우회상장도 크게 늘어난 상태다. 이 때문에 바이오벤처 거품 논란도 조심스럽게 제기돼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줄기세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업체로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며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까 걱정하고 있다.
그동안 줄기세포 관련주로 주목받았던 ㅁ사 쪽은 황우석 박사 쪽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성체줄기세포 관련 사업이라서 배아줄기세포보다 상품화나 임상화에 더 유리하다”며 “다만 줄기세포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국내적인 인식이 나빠져 앞으로 관련 산업의 발전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하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코스닥 등록 바이오업체인 또다른 ㅁ사 관계자도 “우리는 DNA분석과 바이오칩 등으로 줄기세포와는 실질적으로 거의 관련 없는 사업분야”라며 “하지만 바이오주 전체가 황우석 교수와 동고동락하고 있는 상황이라, 지금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해 난처하다”고 털어놨다.
임상실험 바이오벤처인 ㅂ업체 관계자도 “이른바 바이오산업의 70% 이상은 신약개발 등 제약업종이고 실제 줄기세포와 관련된 업체는 몇개에 불과하다”며 “내년에 코스닥 등록을 예정하고 있는데,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산업이 초기 성장단계인만큼, 이번 줄기세포 진위논란이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포면역치료 업체인 ㅇ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충격이 걷혀지고 시장이 안정되겠지만, 바이오 산업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한창 성장세에 있는 바이오산업이 이번 사태로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지고, 이 과정에서 유망하고 성장성있는 업체들이 주저앉을 수 있어 결국 업계 전체의 발전이 더디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코스닥에 등록되어 있는 업체들의 옥석이 자연스레 가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들어 바이오벤처 ‘광풍’이 몰아치면서, 실적이 전혀 없는 바이오벤처들이 기대감만으로 급등하거나 직접 사업을 하지 않으면서 바이오벤처에 투자했다는 사실만으로 큰 수익을 거둔 업체들이 정리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벤처투자회사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은 기본적으로 매출과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고, 특히 배아줄기세포는 사람에 대한 임상실험이 어렵고 확률적으로 승산이 별로 없어 애초부터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그동안 바이오벤처 열기에 편승해 주가를 띄웠던 업체가 많았던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장 안에서 선별작업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창업투자사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은 정보기술 산업 이후 한국을 이끌어갈 성장동력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며 “당분간 조정은 거치겠지만, 배아줄기세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체가 많지 않은 만큼 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서수민 기자 idun@hani.co.kr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폭탄’ 맞은 코스닥지수 50여 종목 무더기 하한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진위논란으로 코스닥시장이 16일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급락세로 출발한 코스닥지수는 개장 10분만에 35.77(4.85%)까지 하락하는 등 대폭락 조짐을 보였으나, 오후 2시 황 교수가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분명히 존재했다고 공식 발표한 이후 반등을 시도한 끝에 25.22(3.40%) 떨어진 716.38로 장을 마감했다.
산성피앤씨와 메디포스트를 비롯한 줄기세포 테마종목 16개가 개장초부터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으며, 바이오칩 관련 종목 11개와 신약개발 관련 종목 12개, 백신 관련 종목 10개도 이날 동시에 하한가로 돌아섰다. 바이오 벤처회사에 집중투자한 창투사 관련 10개 종목도 10.27% 급락하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급격히 오른 주가 상승국면에서 조정의 빌미를 찾던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차익실현을 위해 팔자 공세로 나서면서 개장 초부터 삽시간에 시장 전체로 급락세가 확산됐다.
코스피시장도 이날 코스닥시장의 급락세 영향을 받아 16.64(1.24%) 떨어진 1321.04로 장을 마쳤다.
증권 전문가들은 ‘황우석 쇼크’가 증시에 단기적으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보수적인 투자를 권했다. 최근 실적 등 본질가치의 상승없이 ‘테마’에 편승해 동반 상승한 일부 종목은 급락세로 돌아설 수도 있는 등 주식시장에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진실이야 어찌됐든 이번 사건이 그동안 조정다운 조정없이 진행돼 오던 코스닥을 비롯한 증시 전반에 조정의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민간·해외투자 위축 등 악영향, 실물경제엔 크게 영향 없을 듯 경제계 반응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조작’ 논란이 바이오산업 뿐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주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 재계, 연구소 관계자들은 심리적 요인이 제거되고 나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 참가자들의 냉정한 판단을 주문했다. 재정경제부는 16일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가 실제로 없을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전해지자 충격에 휩싸였으나, 별다른 대책회의를 여는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교식 재경부 정책홍보관리관은 “양쪽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펴는 등 실체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며 “일단은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그러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사태로 이미 ‘한국’의 국가브랜드와 이미지에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재경부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장기적으로 정보통신(IT)과 생명공학(BT) 등 두 분야를 성장잠재력 확충의 근간으로 삼아 투자를 추진중인데,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 바이오산업 전반에 대한 민간·해외투자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계 “신뢰 회복 오래 걸릴 것” 재계도 황우석 사태로 인한 경제 악영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또 진위 논란으로 인한 신뢰도 하락을 막기 위해 서둘러 논란을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석중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코리아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크게 추락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학계뿐 아니라 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부문에 악영향을 줄 것이 우려된다”며 “이번 사태로 땅에 떨어진 국제적인 신뢰도를 회복하려면 상당히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업들이 외국 기업들과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오용 에스케이 전무는 “당장 기업 활동에 영향은 없겠지만 국제적으로 한국사회 전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우려된다”며 “다만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해가는 자정능력도 보여줬기 때문에 슬기롭게 사태를 수습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민간연구소 쪽은 그러나 ‘국가신인도 추락’ 등의 우려에 대해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신민영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추상적인 국가이미지에는 일부 영향을 미칠 지 모르지만, 금융안전성을 근간으로 하는 ‘국가신인도’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바이오 관련 산업 등 주식시장에는 일부 영향이 있겠지만, 생산·소비·투자 등 실물부분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 “바이오산업 투자 그대로” 한편 정부는 황우석 연구팀의 줄기세포 논란이 어떻게 결론이 나든 상관없이 애초에 계획된 바이오산업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바이오산업(BT)에 매년 2천억원씩 총 1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이를 통해 2010년까지 20여개 일류상품을 개발해 바이오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2004년 현재 세계 14위에서 세계 7위로, 수출 8억8000만달러를 100억달러까지 높이기로 했다. 현재 국내에는 450여개 바이오 기업에 4천여명의 종업원 등이 종사하고 있다. 권태호 정남기 기자 ho@hani.co.kr
코스닥 시장 테마주 주가폭락
‘폭탄’ 맞은 코스닥지수 50여 종목 무더기 하한가
코스닥 주가 추이
민간·해외투자 위축 등 악영향, 실물경제엔 크게 영향 없을 듯 경제계 반응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조작’ 논란이 바이오산업 뿐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주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 재계, 연구소 관계자들은 심리적 요인이 제거되고 나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 참가자들의 냉정한 판단을 주문했다. 재정경제부는 16일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가 실제로 없을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전해지자 충격에 휩싸였으나, 별다른 대책회의를 여는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교식 재경부 정책홍보관리관은 “양쪽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펴는 등 실체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며 “일단은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그러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사태로 이미 ‘한국’의 국가브랜드와 이미지에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재경부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장기적으로 정보통신(IT)과 생명공학(BT) 등 두 분야를 성장잠재력 확충의 근간으로 삼아 투자를 추진중인데,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 바이오산업 전반에 대한 민간·해외투자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계 “신뢰 회복 오래 걸릴 것” 재계도 황우석 사태로 인한 경제 악영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또 진위 논란으로 인한 신뢰도 하락을 막기 위해 서둘러 논란을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석중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코리아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크게 추락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학계뿐 아니라 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부문에 악영향을 줄 것이 우려된다”며 “이번 사태로 땅에 떨어진 국제적인 신뢰도를 회복하려면 상당히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업들이 외국 기업들과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오용 에스케이 전무는 “당장 기업 활동에 영향은 없겠지만 국제적으로 한국사회 전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우려된다”며 “다만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해가는 자정능력도 보여줬기 때문에 슬기롭게 사태를 수습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민간연구소 쪽은 그러나 ‘국가신인도 추락’ 등의 우려에 대해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신민영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추상적인 국가이미지에는 일부 영향을 미칠 지 모르지만, 금융안전성을 근간으로 하는 ‘국가신인도’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바이오 관련 산업 등 주식시장에는 일부 영향이 있겠지만, 생산·소비·투자 등 실물부분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 “바이오산업 투자 그대로” 한편 정부는 황우석 연구팀의 줄기세포 논란이 어떻게 결론이 나든 상관없이 애초에 계획된 바이오산업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바이오산업(BT)에 매년 2천억원씩 총 1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이를 통해 2010년까지 20여개 일류상품을 개발해 바이오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2004년 현재 세계 14위에서 세계 7위로, 수출 8억8000만달러를 100억달러까지 높이기로 했다. 현재 국내에는 450여개 바이오 기업에 4천여명의 종업원 등이 종사하고 있다. 권태호 정남기 기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