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피츠버그 의대 이형기 교수
[‘줄기세포 조작’ 파문] 줄기세포 의혹 지속제기 피츠버그 의대 이형기 교수
줄기세포 숫자보다 부정행위 여부가 초점, 국민 좌절 말아야… 편가르기는 또다른 과오
미국 피츠버그 의대 이형기 교수(사진)는 15일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가 조작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우리 과학계가 헤아리기 어려운 큰 타격을 받았지만, “이번 사태는 과학적 연구의 건전성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모으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건강성을 확인시켜 줬다”고 밝혔다.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의혹을 계속 제기해온 이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의혹이 우리의 힘으로 밝혀져 가고 있는 점은 한국의 양심과 지성의 불씨가 살아남아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면서 “한국에는 실력있는 과학자들이 여전히 많이 있으며, 이번 일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패닉 상태에 빠지거나 좌절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관점은 줄기 세포를 몇개 만들었느냐 여부가 아니라 연구에 부정행위가 있었느냐 여부”라면서 “황 교수가 이제는 자료 조작 여부 등 모든 의혹에 대해 밝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인터넷 언론인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도 “이번 사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던 익명의 많은 젊은 과학자들에게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음을 확인한 것은 다행”이라며 “이제 이들이 선배 과학자들의 과오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또다시 이 사건을 ‘의학계 대 비의학계’, ‘외국파 대 국내파’의 대립 구도로 규정하려는 어떠한 불순한 의도도 배격돼야 한다”며 “이 절체절명의 사태 앞에서 다시금 편가르기로 반사적 이익을 찾으려 한다면, 이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두번 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거짓으로 점철된 이전 논문을 근거로, 수많은 난자를 기증해 위험한 연구를 하는 것은 난자 매매나 암묵적 강제에 의한 난자 공여와는 비교도 할 수도 없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라며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냉동 줄기세포 복원 노력에 쐐기를 박았다.
그는 이와 함께 “문제가 된 연구에 저자 등으로 관여한 20여명의 자칭 ‘학자’들의 신상에 대한 조처는 해당 대학이나 기관에 맡길 일”이지만, “이런 연구 부정행위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정부 공무원은 처벌을 더욱 엄하게 해 국가의 과학·기술 정책을 좌지우지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가 난자 취득과정의 윤리적 문제를 들어 황 교수와 결별을 선언한 뒤 국내 여론이 황 교수를 두둔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시점에서 윤리적인 임상 연구 수행의 중요성과 함께 엄정한 의혹 규명을 촉구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황 교수 팀의 줄기세포 수가 부풀려져 발표됐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으나, “제보자나 제보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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