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자 부담이 매우 큰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초음파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안을 담은 ‘문재인 케어’에 더해 앞으로 5년 동안 약 6조원을 들여 영유아·중증소아 및 난임 치료 부담 등을 줄이기로 했다. 이번에 처음 발표된 건강보험 종합계획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건강보험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5년마다 수립하게 돼 있다.
10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19~2023)’을 보면,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에 더해 올해부터 영유아·난임부부 등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 적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보장성 강화 계획을 ‘문재인 케어’로 부르는데, 엠아르아이나 초음파 등 환자가 100%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넓히기로 한 바 있다.
계획을 보면 우선 올해 중증소아환자에 대해 의사·간호사·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재택의료팀이 가정으로 직접 방문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증소아환자는 지속적으로 외래 진료를 받거나 병원에 자주 입원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재택의료팀의 방문 진료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복지부는 올해 1월부터 1살 미만 영유아 아동이 외래로 치료를 받을 때 내는 돈을 병원 규모에 따라 외래 진료비의 21~42%에서 5~20%로, 36개월 미만 이른둥이(조산아)에 대해서는 10%에서 5%로 줄이기로 했다. 난임 치료도 나이 제한(만 44살)을 없애고, 체외수정이나 인공수정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횟수도 기존에 2~3회 더 추가한다.
엠아르아이 검사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도 넓어진다. 내년에는 척추, 2021년에는 근육·뼈·관절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초음파 검사도 내년에는 흉부와 심장, 이후에는 근육·뼈·관절, 얼굴과 목, 혈관 등으로 건강보험 적용 항목이 늘어난다. 임종을 앞둔 환자가 머무는 병원 1인실에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는 등 병실의 의료보험 적용도 확대된다.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2·3인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나 1인실은 제외돼 있는데, 사망이 임박한 환자나 감염환자가 격리된 1인실에 입원할 경우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 복지부의 판단이다. 지금은 말기암 환자들만 머물 수 있는 호스피스 전문기관 임종실(1인실)에 대해서만 나흘 동안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함께 의료 이용 효율화 대책도 이번 계획에 포함됐다. 가벼운 질환인데도 대형병원을 찾거나 병원 밖 돌봄체계가 부족해 입원이 잦아지는 등과 같은 의료비 낭비를 줄이면서 적정 진료를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고혈압이나 당뇨 같이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환의 경우 대형병원보다는 동네의원의 단골 의사 등에게 진료를 받도록 하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한 방문의료를 도입해 불필요한 입원도 줄여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정해진 금액만 환자가 내는 ‘노인외래정액제’ 적용 대상을 현재 65살 이상에서 70살 이상으로 올리기로 했다. 현재 65살 이상의 총진료비가 1만5천원 이하면 1500원, 1만5천원 초과~2만원 이하면 진료비의 10%, 2만원 초과~2만5천원 이하면 20%, 2만5천원이 넘으면 30%를 환자가 부담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환자는 어느 정도 아프면 어떤 병원에 가야 하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병원들이 규모와 기능에 관계없이 경쟁하며 과잉진료를 하고 있다”며 “환자들의 의료 이용 체계를 합리화하는 정책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계획에 대해 의료비 경감의 핵심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문재인 케어의 핵심 정책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이번에 명확히 언급되지 않았다”며 “비급여를 계속 남겨둔다면 의료계는 또 다른 비급여를 만들어가게 돼 엄청난 재원을 건강보험에 들여도 보장성이 크게 높아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의료이용 효율화 정책도 의료계의 협조를 구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병원과 의원의 기능을 구별해 의료 이용 체계를 합리화하겠다며 정부와 의료공급자들이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에 모여 2016년부터 2018년까지 14차례에 걸쳐 회의를 했지만 지난해 초 아무런 성과 없이 활동을 마쳤고, 대한의사협회는 진료 수가 인상을 주장하며 정부와의 대화를 끊고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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