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이 의심되는 환자가 흉부방사선촬영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정부가 결핵검진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 노인, 노숙인, 쪽방 거주자 등에게 결핵검진 차량을 보내 해마다 결핵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또 결핵 진단을 위한 검사비 등을 전액 건강보험이 지원하고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기간도 늘리기로 하는 등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28일 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발표한 ‘결핵예방관리 강화대책’을 보면, 결핵 발병 및 전파 위험이 큰 노인, 노숙인, 쪽방 거주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결핵검진과 환자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역가입자 세대주와 직장가입자에게 2년에 1회, 20살 이상 지역가입자 세대원과 직장가입자 피부양자에게 2년에 1회, 비사무직 직장가입자에게는 1년에 1회 가슴방사선촬영검사를 통해 결핵 등을 조기에 발견하도록 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 정부는 19~64살 저소득 의료급여수급자가 2년에 1회씩 검사를 받도록 검사비를 지원한다.
하지만 65살 이상 의료급여수급자는 가슴방사선촬영 검사 대상에서 빠져 있고, 노환 등으로 집에서 누워 지내는 노인이나 거주지가 일정치 않은 노숙인, 형편이 어려운 쪽방주민은 기회가 있더라도 검사를 받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들에게 방사선촬영장비가 구비된 버스를 보내 ‘찾아가는 결핵검진’을 실시하고, 결핵 의심 소견이 나오면 당일 확진검사를 실시해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기로 했다. 또 요양병원, 정신병원, 복지시설에서 지내는 노인은 입소 전·후로 일년에 한번씩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역시 결핵 검진 사각지대에 있었던 20∼39살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자, 대학생, 무직자 등 720만명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내년부터는 건강검진에서 결핵 의심 소견이 나와 확진검사를 받으면 검사비가 무료다. 건강보험에서는 4만∼6만원가량인 본인부담금을 전액 지원한다.
2021년부터는 암 환자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져 결핵에 감염되기 쉬운 환자들은 증상 유무와 관계 없이 결핵 검사를 무료로 한해 1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결핵 고위험국으로 지정된 19개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의 발병 상태도 수시로 점검한다. 현재는 비자변경이나 체류연장 때 1회 검진을 하지만,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기적인 검진을 실시한다.
결핵균이 들어와 있지만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잠복결핵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기 위해 검진 대상자를 확대한다. 현재는 산후조리원, 유치원, 어린이집, 학교, 아동복지시설, 의료기관 종사자가 대상이지만 앞으로 교정시설 재소자, 기숙학원 종사자 등으로 넓히기로 했다. 잠복결핵은 다른 사람에게 결핵을 전파하지는 않지만 이들 10명 가운데 1명은 나중에 결핵 증상이 나타난다.
결핵 치료에 대해서는 2개 이상의 결핵약에 내성이 생긴 다제내성 환자에 대해서는 전문치료기관을 지정해주고, 전화 등을 통한 복약 관리기간도 현재 2주에서 8개월로 늘리기로 했다.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기간도 6개월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또 생계 문제로 결핵 치료에 필수적인 격리기간(2주)을 지키지 못하는 영세자영업자와 일용직 근로자 등의 사정을 고려해 생계비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결핵발생률을 결핵 퇴치 수준인 인구10만명당 10명 미만으로 낮춘다는 목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매일 전국에서 환자 72명이 새로 발생했고, 2017년 기준 하루 5명이 결핵으로 매일 숨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결핵 발생 및 사망률이 가장 높다.
이처럼 우리나라에 결핵 환자가 많은 이유는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까지 열악한 영양·주거 환경 때문에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이 많았고, 이들이 노인이 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실제 결핵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