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전야인 24일 저녁 서울 청계천 상류 청계광장. 성탄절을 맞아 연인, 가족들로 붐비던 이곳에 한 무리의 시위대가 눈에 띄었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위대 선두 10여명은 청계천변 1차로에서 삼보일배를 했다. 뒤따르던 500여명은 촛불을 손에 든 채 세 걸음마다 한번씩 “황·우·석”을 외쳤다. 인터넷 카페 ‘아이러브 황우석’ 회원들이었다.
황 교수의 2005년도 맞춤형 줄기세포 관련 논문이 조작됐음이 밝혀졌지만, 이들은 “그래도 황우석을 믿는다”며 변치 않는 사랑을 보여줬다. 강남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한다는 이아무개씨는 “서울대가 노성일씨는 가만두고 황 교수만을 깔아뭉개, 나오게 됐다”며 “단 한개의 줄기세포라도 있으면 처벌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료 교사들과 현장을 찾았다는 중학교 교사 김경희씨도 “조작이란 있을 수 없고, 실수였을 것”이라며 “가식은 진실에 굴복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 뒤 카페에 가입했다는 김지원(소설가·58)씨는 “맞춤형 줄기세포가 없더라도 그런 연구의 중요성을 알리고 (연구의) 첫 장을 연 황 교수의 업적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녁 6시부터 3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집회 참가자 가운데 많은 이들이 ‘I♡H’(아이 러브 황) 글귀를 담은 천조각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 참석자도 적지 않았으며, 행인들을 향해서는 촛불을 흔들며 웃음을 나누기도 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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