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혼란사태, 언론 책임’ 토론회
이번 황우석 사건에 대한 언론의 잘못된 보도는 여론과 누리꾼들의 힘(넷심)에 굴복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1층에서 민주언론운동 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줄기세포 혼란사태, 언론은 어떻게 책임지려나’ 토론회에서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는 “언론들이 본연의 임무인 진실 규명보다는 여론을 따라가거나 이를 부풀리는 데 급급했다”며 “이것은 언론들이 스스로 보도 태도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여론·넷심이라는 새로운 권력에 굴복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지난 한두달 동안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은 황 교수나 언론계, 과학계, 정치계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진면목을 보여준 부끄러운 사건”이라며 “앞으로 언론은 여론과 정파성을 떠나 이번 사건에서 노무현 정부의 역할 등에 대해 잔인하다는 이야길 들을 정도로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한가운데 있었던 최승호 <문화방송> ‘피디수첩’ 책임피디는 “먼저 일종의 자기확신과 조급증으로 인해 취재 과정에서 윤리적 일탈 행위가 있었음을 깊이 반성한다”고 전제하면서 이번 사건을 통해 언론계 내부에서 바뀌어야 할 몇 가지를 주문했다. “먼저 과학에 대해서 언론이 검증할 수 없다는 선입견이 없어져야 한다. 과학계의 식견을 종합해 얼마든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둘째는 ‘독수독과’(위법한 방법으로 수집한 정보는 증거로 쓸 수 없다) 이론을 재고해야 한다. 진실 규명 노력과 취재 과정에서 일어난 일탈을 구분해서 봤으면 좋겠다. 셋째로 피디 저널리즘이 기자 저널리즘보다 저질이라는 선입견을 바꿔야 한다.”
정연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건강·웰빙에 대한 지나친 집착 △1등주의·선민의식 △철학과 인문학에 기초하지 않은 공학과 경영학 △구성원의 일체 의식을 꼽으면서 “이번에 ‘피디수첩’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그런 문제 제기가 얼마든지 용인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전방옥 강릉대 자연과학부 교수는 “한 과학 연구자로서 ‘월화수목금금금’처럼 실험실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일들을 언론이 미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몇몇 기자들은 과학 분야에 대한 관점이나 비판 의식이 부재한 상황에서 황 교수팀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그들을 비호하는 보도를 했다”고 지적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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