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교수 연구비 횡령등 잇단 악재에 쇄신 각오
조사위 다음주 최종발표…3일 피디수첩 ‘난자 1600개’ 방송
“최근의 크고 작은 불미스러운 사건을 통해 우리 모두 더는 과거 관행에 안주하여서는 아니됨을 통감했습니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2일 신년사에서 서울대가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신년사에서 “(불미스러운) 이들 사건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엄정한 책임 추궁이 있을 것이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최근 황우석 교수 사태와 지난해 7월 공대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 사건 등으로 서울대가 그동안 누려온 공신력과 권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의 한 보직교수는 “연구비 횡령 혐의로 두 교수가 검찰에 구속되면서 서울대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는데, 전세계를 경악하게 한 황 교수의 논문조작 사태까지 덮치면서 서울대 전체에 ‘바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총장의 발언은 이런 학내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가 그동안 학계에서 최고 권력을 누리며 자만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더욱 엄격히 자기반성을 하고, 국내외의 윤리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연대의 한 교수도 “연구비를 횡령한 두 명의 교수가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당한 것에 비춰보면 황 교수 사건은 당연히 ‘파면’감”이라며 “총장이 서울대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안팎에 과시하기 위해 한 말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황 교수 논문 조작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대 조사위는 이날 “이번주부터 보고서 작성을 시작했으며, 다음주 중에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원천기술을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다”며 “조사위가 현재 용어 정의를 포함해 황 교수 연구진이 보유한 기술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논문 철회와 관련해 <사이언스> 쪽에서 최근의 조사결과를 요청해 지난달 29일 언론에 발표한 내용을 보냈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방송> ‘피디수첩’은 3일 재개하는 첫 방송으로 ‘줄기세포 신화의 진실’을 내보내기로 했다. 이날 방송에선 황 교수가 2004년과 2005년 연구 과정에서 86명 여성한테서 모두 1623개 난자를 제공받았다는 자료를 공개한다. 또 난자 제공 여성 가운데 난소 과자극 증후군을 경험했던 사람이 약 20%나 되고, 매매를 통해 난자를 제공한 여성 가운데 두 차례 이상 채취 수술을 받은 이가 10명에 이른다는 사실도 보도한다.
유선희 정혁준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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