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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정운찬 총장 “용납안될 범죄행위…깊이 사과”

등록 2006-01-11 14:30수정 2006-01-12 10:52

사과하는 정운찬총장.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황우석 교수 연구팀에 대한 조사결과와 관련 11일 오전 서울대학교 본관에서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입장하며 의자에 앉고 있다./서명곤/사회/ 2006.1.11 (서울=연합뉴스) seephoto@yna.co.kr
사과하는 정운찬총장.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황우석 교수 연구팀에 대한 조사결과와 관련 11일 오전 서울대학교 본관에서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입장하며 의자에 앉고 있다./서명곤/사회/ 2006.1.11 (서울=연합뉴스) seephoto@yna.co.kr
정운찬 서울대학교 총장이 11일 대학본부 대회의실에서 서울대조사위원회의 황우석 교수 연구팀 조사 결과와 관련해 대 국민 사과 성명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내놓았다.

정 총장은 먼저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진 데 대해 서울대학교 총장으로서 사과한다고 말했다. “황우석 교수 연구팀이 과학자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러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과학 공동체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데 대해 총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이번 논문 조작 사건은 진리탐구를 본연의 사명으로 하는 대학 사회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학문적 범죄행위”라며 이번 사태를 ‘범죄행위’라고 못박았다.

정 총장은 황우석 사태가 단지 일개 연구자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 없고, 국익을 앞세워 사태를 부풀린 모든 이들에게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정 총장은 “우리들 대부분이 국익을 명분으로 황 교수 연구팀의 배아줄기 세포 연구를 전 국민의 희망으로 과도하게 부풀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난치병으로 신음하는 이웃을 위한다는 명분 앞에서 생명윤리라는 또다른 가치를 외면한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며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결과 지상주의’가 사회 전체를 압도했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관련자 처벌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약속했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서울대학교 징계위원회에 관련 연구자들을 각자의 잘못에 따라 징계할 것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여 다시는 이번 논문 조작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변양균 장관 “1차적 책임 있는 서울대가 ‘다같이 반성하자’는 식의 사과 부적절”

그러나 정운찬 서울대 총장의 ‘대국민사과’에 대해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1차적 책임을 지닌 서울대의 대국민 사과라고 하기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변 장관은 11일 주례 기자간담회에서 정 총장의 대국민사과에 대해 질문을 받고 “발표문을 봤는데 국민에 대한 사과라고 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변 장관은 서울대가 교수가 외부에서 따온 연구비의 15%를 관리비 명목으로 떼어가는 관행을 언급하며 이에 서울대의 관리책임을 지적했다. 변 장관은 “황 교수가 논문을 조작하고 국민들에게 큰 슬픔을 준 것은 1차적으로 서울대의 책임 아니냐”면서 “학교에서 큰 비중을 갖고 있는 정식 교수가 잘못을 저질렀는데 총장이 국민들에게 ‘다같이 반성하자’며 훈육하는 식으로 사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변장관 “서울대가 관리비로 연구비 15% 떼…연구과정 점검에 서울대 책임”

그는 또 “황 교수 연구와 관련해서는 서울대학교 총장과 과학재단이 계약을 하는 것이고 서울대학교가 관리비 명목으로 15%를 떼가며 윤리위 등을 개최해서 연구과정 등을 점검하는 것도 대학에 우선적으로 책임이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총장이 남의 일처럼 사과하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정 총장의 사과성명 전문이다. <한겨레> 사회부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어제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는 황우석 교수 연구팀이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2004년의 논문과 2005년의 논문이 모두 허위라고 최종 발표하였습니다. 저는 오늘 이보고서에 대한 소견을 말씀드리려고 매우 참담한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저는 먼저 우리 대학 황우석 교수 연구팀이 과학자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러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 과학공동체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데 대해 총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또한 황교수 연구팀이 전세계 과학공동체에 끼친 오명 때문에 성실하게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다른 과학자들까지 의심의 대상이 되지나 않을까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하여 난치병 치료에 희망을 걸고 계셨던 많은 국민들의 큰 실망을 생각하면 더욱 침통해집니다.

이번 조작은 용납할 수 없는 ‘학문적 범죄행위’…연구자 1인만의 잘못 아니다

이번 논문조작 사건은 진리탐구를 본연의 사명으로 하는 대학사회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학문적 범죄행위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단지 일개 연구자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 없는 측면이 있음을 감히 말씀드립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국익을 명분으로 황교수 연구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전 국민의 희망으로 과도하게 부풀린 잘못이 있습니다. 또 난치병으로 신음하는 이웃을 위한다는 명분 앞에서 생명윤리라는 또 다른 가치를 외면한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결과 지상주의'가 사회 전체를 압도하면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켜 주지 않는다"는 소중한 교훈을 잊었습니다.

정직과 성실을 잃어버린 과학은 더이상 과학 아니다

과학은 정직과 성실을 기반으로 합니다. 정직과 성실을 잃어버린 과학은 더 이상 과학일 수 없습니다. 또한 과학적 성과에 대한 과도한 환상 역시 경계해야 합니다. 한 두 가지 과학적 성과가 국가 경제를 단번에 도약시킬 수 없으며, 모든 질병을 일거에 치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난 2년간 이러한 기본명제들을 망각한 채, 아직 도래하지 않은 희망을 현실로 착각하면서 귀중한 인적 물적 자원을낭비했습니다. 이제는 거품을 털고 현실을 돌아볼 때입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거품형성에 가담한 이들은 크게 자성해야 합니다.

저는 이번 논문조작 사건이 일과성 비극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우리나라의 생명과학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우리는 잘못을스스로 교정하는 소중한 과정을 체험하였습니다. 양심있는 과학자들은 폭풍과도 같은 여론의 압력속에서도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논문을 재검증하려는 용기를 보여주었고,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는 오직 진실만을 규명하려고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한국 과학계 자정능력은 귀중한 자산…서울대도 다시 시작할 것

우리 과학계가 보여준 자정 능력은 앞으로 귀중한 자산으로 남을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경험의 바탕 위에서 우리나라의 과학이 더 높은 곳을 향해 계속 발전할 것임을 확신합니다. 서울대학교도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지난 60년 동안 서울대학교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학문적 진리 탐구와 사회발전에 헌신해 온 것처럼 이 오욕과 좌절을 딛고 다시 훌륭한 전통을 되살릴 것입니다. 저 역시 서울대학교가 우리 사회의진정한 발전에 기여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성심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와 저는 이번 사건의 아픈 교훈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입니다.

연구진실성위 만들고 관련자 징계

저는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근거하여 이번 사건을 추호의 흔들림 없이 엄정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저는 먼저 대학사회의 근본을 바로 세우기 위해 뼈를깎는 심정으로 서울대학교 징계위원회에 관련 연구자들을 각자의 잘못에 따라 징계할 것을 요청하겠습니다. 그리고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관련 제도를정비하여 다시는 이번 논문조작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논문조작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총장으로서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서울대학교가 이 사건을 엄정하게 처리하고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거듭날 수 있도록 변함없는 애정과 신뢰를 보내주실 것을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1월 11일 서울대학교 총장 정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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