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7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이 ‘원격의료’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청와대 앞에서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논란이 됐던 ‘원격의료’를 전면화하는 대신, 기존에 추진해온 사업들에 ‘비대면 의료’ 수단을 적용하는 수준의 절충안을 택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보건의료단체의 거센 반발은 피해 가면서도 ‘원격의료’로 향하는 문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원격의료와 관련한 사업계획은 ‘비대면 산업 육성’ 항목에 포함됐다. 내용은 크게 네 가지다. 우선 감염병에 대비한 호흡기 전담클리닉 1천곳을 2021년까지 설치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호흡기 환자들이 일반병원에 가기 쉽지 않아서, 선별진료소처럼 보건소와 도서관 등에 따로 공간을 만들거나 기존 의료기관을 호흡기 전담클리닉으로 지정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전담클리닉에서는 현행 의료법에서 금지한 전화 상담과 처방도 가능하다. 이미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감염을 막으려 고혈압·당뇨 환자에게는 의료진과의 전화 상담만으로 처방전 발급이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지금은 전자우편, 팩스 등을 통해 처방전을 받지만, 앞으로는 비대면 진료를 뒷받침할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4일 호흡기 전담클리닉 설치 계획을 발표하면서 “좀 더 상세한 계획은 의료계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보건소에서 건강취약계층 13만명을 대상으로 생활습관 개선 등에 도움이 되는 모바일 헬스케어를 제공하고, 경증 만성질환자 17만명에게 몸에 착용하는 디지털 기기(웨어러블 기기)를 보급해 동네의원이 건강을 관리하는 체계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2018년 말부터 동네의원에서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데, 여기에 웨어러블 기기를 추가한 셈이다.
취약 고령층 12만명을 대상으로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맥박과 혈당을 감지하는 통합돌봄 시범사업도 2022년까지 추진한다. 변혜진 ‘건강과 대안’ 상임연구위원은 “어디까지나 의료진과의 대면 진료를 보완하는 ‘비대면 진료’가 되어야 한다”며 “웨어러블을 통한 건강정보 수집도 취약계층에 대한 인권침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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