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경증 확진자, 입원 대신 생활치료센터로 바로 이송한다

중대본, 중앙임상위 권고 즉각 수용
병상부족 사태 대비책 마련

입원때도 증상 나아지면 조기퇴원해
자가격리나 생활치료센터 이동

2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오명돈 중앙상임위원장이 자료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무증상이거나 경증인 코로나19 환자들은 병원에 입원하는 대신 생활치료센터로 바로 이송될 전망이다. 입원 중인 환자들도 증상이 나아지면 일찍 퇴원시켜 집에서 자가격리하도록 하거나 생활치료센터로 보내는 방안이 추진된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21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중환자실이 충분히 준비돼 있어도, 그 병상을 경증 환자들이 이미 차지하고 있다면 중환자가 많아졌을 때 바로 사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이번주 중에 이런 내용으로 ‘코로나19 대응지침’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중앙임상위)가 국내 코로나19 환자들의 임상 기록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퇴원 가능한 환자는 자가격리 또는 생활치료센터 이송을 권고한 것을 방역당국이 바로 받아들인 셈이다. 중대본은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을 퇴원 기준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지침으로는 확진자가 퇴원 등 격리해제가 되려면 증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증폭 검사에서 24시간 간격으로 연속 2차례 음성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무증상이거나 경증인 환자도 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평균 25일 이상 병원에 입원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난 2~3월 대구·경북에서 일어났던 ‘병상 부족’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당장 중증 환자가 입원 가능한 음압병상은 지난 20일 기준으로 수도권 38개, 대전 3개에 불과하다.

특히 유전자증폭 검사 결과를 격리해제 기준으로 삼는 것과 관련해서, 오명돈 중앙임상위 위원장(서울대 감염내과 교수)은 “유전자증폭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오는 환자 가운데 80~90%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고도 나을 수 있는 사람인데, 이들을 모두 병원에 입원시켜놓으면 그만큼 병원에서 꼭 치료받아야 할 (고위험군) 환자들의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영국 등에서 검사 음성 여부와 상관없이 발병 이후 기간과 증상이 나아지는 정도만 따져 격리해제하는 것처럼, 불필요한 장기 입원으로 병상자원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감염내과)은 “입퇴원 기준 변화만으로도 저위험도 환자의 입원 기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고, 코로나19 치료에 사용 중인 병상 규모를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중앙임상위가 국내 병원 55곳에서 치료받은 코로나 환자 1309명의 임상기록을 분석한 결과 △증상이 발생한 지 7일 안에 입원한 △50살 미만의 △기저질환이 없고 △확진될 당시에 호흡곤란이 없었던 성인 환자의 경우 산소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중증으로 악화되는 비중이 1.8%(556명 중 10명)에 불과했다. 이런 저위험 환자들은 호흡곤란 등 증상이 악화했을 때 이를 신고해줄 보호자만 있다면 병원 입원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중앙임상위의 판단이다. 중앙임상위는 입원 중인 환자들도 50살 미만이고 증상 발생 이후 열흘이 지날 때까지 산소 치료를 받은 적이 없으면 퇴원해도 괜찮다고 밝혔다. 다만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고도비만이거나 당뇨·치매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 65살 이상 고령자 등은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중증으로 악화될 확률이 10% 이상이어서 반드시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황예랑 권지담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