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가 줄기세포 논문조작은 전적으로 미즈메디 병원 소속 연구원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함에 따라 논문 조작의 주체 및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황 교수는 12일 기자회견에서 배반포 단계 이후 줄기세포의 배양과 수립을 책임졌던 김선종, 박종혁 연구원 등 미즈메디 병원측이 논문 데이터를 조작했고 자신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누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그러나 이 회견에서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최종 보고서에서 황 교수의 최측근인 강성근 교수와 권대기 박사과정 연구원의 논문 조작 개입 가능성을 적시했음에도 이같은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작논란에 휩싸여 있는 `핵심 인물'들이 2004년, 2005년 논문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서울대 조사위 보고서를 토대로 정리해 본다.
◇ 김선종 연구원 = 조사위는 2005년도 논문에서 세포배양 및 DNA 검사 등 중책을 맡았던 김선종 연구원이 이 논문의 사진 및 DNA 검사 조작에 관여했다고 확인했다.
조사위는 보고서 11쪽에서 "김선종 연구원이 황 교수의 지시에 따라 2,3번 세포주 사진을 여러 장 찍어 4번에서 11번까지의 사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같은 페이지에서 김 연구원이 논문 속 면역염색 사진 역시 2번, 3번 세포주를 여러 번 찍는 방법으로 11번 세포주까지의 사진 데이터를 날조했다고 확인했다.
조사위는 또 이 페이지에 DNA 분석 과정을 기술하는 대목에서는 김 연구원이 2,3,4,5,6,7,8,10,11번 세포 샘플을 권 연구원에게서 받아 분석 의뢰를 맡겼다고 기술했다. 논문에 나오는 이들 DNA 데이터는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 박종혁 연구원 = 미즈메디 병원 출신으로 2004년 논문에서 줄기세포 배양과 검사 의뢰를 맡았다.
조사위는 보고서 23쪽에서 미즈메디측 수정란 줄기세포 사진을 대신 쓴 논문 속 염색사진 데이터에 대해 "박종혁 박사는 그 당시 Molecules and Cells 지에 투고할 논문과 졸업논문을 동시에 준비하면서 (문제의 사진을) 사이언스 논문에 넣는 실수를 범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밝히고 있다.
조사위는 또 논문의 테라토마(기형종) DNA 조작에 대해 보고서 26쪽에서 박 연구원이 황 교수측에게서 테라토마 조직을 받아 DNA를 추출한 뒤 국과수 서부분소에 의뢰를 맡겼으나 자세한 역할 관계에 대해서는 관련자의 진술이 엇갈려 사실 확인을 할 수 없었다고 적었다. 조사위 보고서에 따르면 박 연구원은 테라토마 조직을 `황교수측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이와 관련, 박 연구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줄기세포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라 나 자신도 피해자"라며 "검찰 조사에서 적극 변론 한 뒤 황 교수측에게 (이번 사안에 대해) 대응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유영준 연구원 = 황 교수측은 2004년 논문에서 줄기세포 보관 및 데이터 정리 등 실무 총책을 맡은 유영준 전 연구원이 해당 논문의 조작에 개입했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반면 서울대 조사위 보고서에서는 황교수측의 주장대로 유 연구원이 조작에 연루돼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나 언급이 나와있지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 연구원은 "연구수행(난자 운반, 줄기세포 보관, 반출입 등 관리담당), 데이터 정리 및 논문 초고 작성"이란 중책을 맡았다.
◇ 권대기 연구원 = 조사위는 보고서 12쪽 2005년 논문의 DNA 검사 과정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권 연구원이 4,5,6,7,8,10,11번 세포주를 환자 체세포만을 둘로 나눈 가짜 시료로 조작해 김선종 연구원에게 연구 의뢰용으로 건네줬다고 확인했다.
권 연구원은 또 같은 논문의 세포 면역 적합성(HLA) 검사에서도 4번에서 15번까지 줄기세포를 체세포만 둘로 나누는 수법으로 검사용 시료를 만들어 김 연구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위 보고서 13쪽에 나와있다.
권 연구원은 연구실 박사과정생 중 황 교수의 가장 큰 신뢰를 받았으며 2005년 논문에서 줄기세포의 반출입을 맡는 `줄기세포 팀장'의 중책을 맡았다.
그는 해당 논문에서 황 교수, 노성일 이사장, 이병천 교수, 강성근 교수의 뒤를 이어 제 5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 강성근 교수 = 황 교수의 `오른팔'인 강성근 교수는 권 연구원의 배후에서 데이터 조작 명령을 내린 인물로 조사위 보고서에 나온다.
조사위는 권 연구원의 HLA 검사 조작 개입을 기술한 보고서 대목(13쪽)에서 권 연구원이 "강성근 교수의 지시를 받아" 이 같은 부정을 행한 것으로 적고 있다.
강 교수는 2004년 논문에서 실제 논문 작성을 맡았고 2005년 논문에서는 실험 데이터를 모아 미국의 제럴드 섀튼 교수와 교신을 맡는 등 두 논문에서 연이어 실무총책을 담당했다.
이에 따라 강 교수는 이들 논문에서 계속 중책을 맡으면서 두번에 걸쳐 반복된 연구조작을 과연 전혀 몰랐는 지 추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균 기자 ta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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