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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대형병원 진료 차질 현실로…암환자들 “왜 생명 볼모로 삼나”

등록 2020-08-23 18:00수정 2020-08-24 17:29

전공의 집단휴진 사흘째 ‘의료 공백’

외래·검진·수술 줄줄이 미뤄져
전공의 모두 빠진 신촌세브란스
“응급실 중환자 당분간 못받아”
서울성모병원, 코로나 검사 축소
오늘부터 전임의도 집단휴진 동참
개원의 가세 26일 이후 “대란 우려”
정 총리, 전공의협 어젯밤 긴급회동
오늘 의협과도 만나 해법찾기 모색
23일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휴진이 사흘째에 이르면서, 대형병원 진료 공백 우려가 차츰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 ‘빅5’ 병원 가운데 하나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일손 부족 등을 이유로 응급실 경유 중환자는 받지 않을 예정이다. 다른 대형병원에서도 코로나19 검사 업무 일부가 멈추거나 수술, 외래, 검진 일정 등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어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뒤이어 전임의·봉직의들과 개원의들까지 순차적으로 집단휴진에 가세하면 사나흘 뒤부터는 의료 공백 문제가 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인턴과 레지던트 4년차, 22일 3년차에 이어 이날에는 1~2년차 레지던트까지 집단휴진에 돌입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단체행동을 해도 필수 인력은 남기겠다’고 했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일할 인력도 남기지 않고 전공의 전원이 진료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세브란스는 ‘응급실을 경유한 중환자는 당분간 받지 않는다’고 내부에 공지했다. 세브란스 관계자는 “미리 계획돼 있던 중환자실 설비 정기점검에 전공의 파업까지 겹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21일부터 인력 부족으로 코로나19 검사 단순 희망자에 대해서는 검사 업무를 하지 않고 있다.

외래, 검진, 수술 일정 등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암환자 커뮤니티에서는 “당장 의료대란이 없다지만 누가 죽어야 대란이라고 할 거냐”라거나 “왜 죄 없는 환자의 생명을 이용하냐”는 목소리가 크다. 네이버의 한 환우회 카페에 글을 올린 이용자는 “가족이 췌장암 4기인데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 아산병원에 연락해보니 병원들이 다 파업 중이라 9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한다”며 “가족들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너무 속상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모님이 대장암을 앓고 있다고 밝힌 또 다른 이용자도 “원래는 다음주에 수술이었는데 전공의 파업으로 다다음주로 밀렸다”며 “이게 말이 되나. 기다리는 환자는 얼마나 초조한지 모르나”라고 글을 올렸다.

진료 공백은 24일부터 순차 확대되는 전임의 집단휴진에 더해 개원의를 포함한 전국 의사들이 지난 7일에 이어 다시금 모두 일손을 놓겠다고 예고한 26~28일에 가장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앞선 전공의 집단휴진 때는 공백을 메웠던 전임의(펠로)들까지 휴진하게 되면 신규 환자를 아예 못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2차 총파업 뒤에도 정부 태도 변화가 없으면, 3차 전국의사 총파업을 결행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저녁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단을 만나 진료현장 복귀를 당부했다. 이날 회동은 의협이 먼저 국무총리와 여야 대표에게 “긴급간담회를 하자”는 제안을 해 성사됐다. 전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코로나 안정화 때까지 정책을 보류할 테니, 집단휴진을 일단 멈춰달라’고 한 제안은 ‘정치적 수사의 반복’이라며 거부하고, 대화 상대를 정치권 등으로 넓히는 모양새다. 전공의협의회에 이어 의협도 24일 오후 정 총리를 만나 정부의 정책 철회를 요구할 예정이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의대 정원 확대를 총선 공약으로 내건 여당 등과 대화 필요성이 있고, 복지부와 협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만큼 국무총리나 야당이 중재에 나서주길 바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최하얀 배지현 엄지원 정환봉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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