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본관 입구에 일주일째 집단휴진을 벌이고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대국민 담화문이 붙어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보건복지부가 27일 오전 수도권 지역 응급실과 중환자실 전공의 358명에게 개별적으로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하자, 전공의들은 ‘집단 사직서 제출’로 맞섰다. 의대 정원 확대 ‘철회’를 두고 대립하는 정부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더 강도 높게 서로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이날 수련병원 200곳 가운데 165곳의 상황을 파악한 결과를 보면, 전공의 6070명(68.8%)과 전임의 549명(28.1%)이 집단 휴진에 참여했다. 정부는 무기한 집단휴진 중인 전공의들을 상대로 더 강한 조처에 들어갔다. 이날 복지부는 수도권 병원 20곳을 현장조사해, 전날 오전 8시에 즉시 업무에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렸는데도 자리를 비운 전공의·전임의 358명에게 개별적인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했다. 개별 명령을 받으면 응급실은 조사 당일 1시간 안에, 중환자실은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복귀해야 한다.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은 전공의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수도권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계속 현장조사하는 한편, 수술실·분만실·투석실 등으로 조사 범위와 대상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이에 전공의와 일부 전임의들은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아예 휴대전화를 꺼놓고 연락을 받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명령서 수령을 피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희망자에 한해 사직서를 내는 ‘젊은의사 단체행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전공의들은 병원 쪽에 전원 사직서를 제출했고, 중앙대병원, 고려대 안산병원 등에서도 상당수 전공의가 사직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숙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판례상 사직서 제출도 집단행위의 한 사례이므로 이때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며 “연락을 받지 않는 경우에는 병원 관계자에게 명령서 수령증과 확인서를 교부한 뒤에 휴진자에게 송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다만 복지부는 이날 오후 늦게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전공의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하려는 일정을 잡았다가 급히 취소했다. 복지부는 “병원장 간담회 등 다양한 경로로 의료계 원로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상황으로, 고발장 제출 일정은 추후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주요 대학병원장들을 만나 1시간30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자리에서 전공의 고발은 보류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날부터 2차 집단휴진에 들어간 의원급 의료기관은 3만2787곳 가운데 2926곳(8.9%, 낮 12시 기준)이 문을 닫았다고 정부가 밝혔다. 부산시와 경기도 등 4개 시·도는 지방자치단체 자체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교회 지도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다는 것은 전시상황에서 거꾸로 군인들이 전장을 이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황예랑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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