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공의 고발 조치로 의료계가 ’무기한 총파업’으로 맞선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진료 지연 관련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전임의 집단휴진이 열흘째 이어진 가운데, 정부와 국회, 의료계 원로까지 업무복귀를 위한 중재에 나섰으나 전공의들이 끝내 거부했다. 일부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전임의들을 지지하는 입장문을 냈고,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등으로 집단휴진 참여자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30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어 “모든 전공의는 비대위 지침에 따라 단체행동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집단휴진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또 향후 7일간 단체행동 진행과 의사결정을 박지현 비대위원장에게 위임했다.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도 9월1일부터 시행되는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거부하고 동맹휴학에 나선다고 이날 밝혔다. 국가고시 응시 회원 3036명 중 93.3%가 원서 접수를 취소했고, 마지막 학년을 제외한 전체 의대생 1만5542명 중 91%가 휴학계를 냈다.
전공의협의회는 정부와의 협상에 이어 스스로 요청한 국회 쪽의 중재안도 걷어찼다. 지난 28일 전공의협의회 쪽 요청으로 중재에 나선 한정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쟁점 법안을 상정하지 않고, 이후 여야, 정부, 의료계로 구성되는 협의체를 국회에 만들어 논의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전공의들을 달래기 위한 조처였다. 이어 국립대병원협의회,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등 범의료계가 이행을 함께 책임지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하지만 전공의협의회는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마라톤회의를 연 결과,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비대위 1차 투표에서는 ‘집단휴진 지속’ 의견이 강세였지만, 한표 차이로 과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이후 전공의협의회는 재투표를 벌이며 이런 결과를 뒤집어 집단휴진을 강행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의견수렴 절차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비대위 일부가 사퇴하기도 했다. 이날 ‘어떤 전공의들’은 보도자료를 내어 “비대위원 가운데 일부는 국민 건강을 위해 파업을 중단하기를 원했으나, 박지현 회장이 파업을 중단할 의사가 없었고 합의문에 대한 충분한 정보도 일선 전공의들에게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를 진행했다. 이에 비대위 다수가 사퇴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정부가 몇 차례에 걸쳐 양보안을 제시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의료계 원로들이 정부 (양보안의) 이행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이유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전공의 결정은 이해하기 어려우며, 집단휴진은 환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불의하고 불법적인 행동”이라며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를 요청했다. 이어 그는 “진료 거부에 따른 환자들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왜 전공의들은 고용이나 신분상의 어떠한 피해도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31일부터 민관 합동으로 ‘집단휴진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집단휴진 중인 전공의 가운데 “응급실과 중환자실 전공의들에 대해, 먼저 법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용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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